"올해의 문제 작가"-조세희·박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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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출간된 조세희씨의 첫 창작집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과 「오늘의 작가 상」 제2회 수상자로 결정된 박영한씨의 장편 『머나먼 「쏭바」강』이 문단에 상당한 파문을 던지고 있다. 일부 작가와 평론가들은 이들 두 작가가 금년 중 최대의 문제 작가로 꼽힐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조씨가 「데뷔」한 것은 65년이지만 그는 10년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75년 말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 2년 남짓 동안 10여편의 중·단편을 발표하면서 「깊은 문제 의식을 지닌 작가」임을 보여 주었다. 그 10년의 공백을 그는 『<은강>이라는 가공의 도시를 건설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고 말한다.
그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접근을 시도해온 것은 70년대 한국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제기된 노동의 현실. 따라서 가공의 도시 <은강>은 공장지대이며 공장 근로자의 세계다. 여기 등장하는 「난장이 일가」는 또한 소외 근로층의 표상이다.
젊은층의 독자들, 특히 대학생의 사회에서 <난장이>가 마치 유행어처럼 입에 오르내리는 까닭은 그 난쟁이 일가의 삶이 이 시대의 감춰진 삶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젊은 평론가들은 분석한다. 감춰진 삶은 곧 이 시대의 아픔과 진실이라는 것이다.
연작 형식으로 된 조씨의 『난장이…』가 주목을 끄는 또 하나의 이유는 상업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우리 소설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풀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수산씨의 『부초』에 이어 「오늘의 작가상」 제2회 수상작으로 결정된 박영한씨의 『머나먼 「쏭바」강』은 우리 문학에서는 볼 수 없었던, 월남전을 소재로 한 장편 소설이라는 점에서 우선 관심을 모은다.
더구나 이 작품은 박씨 자신의 월남전 참전에 의한 실질적인 체험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본래 이 작품은 계간 「세계의 문학」 77년 여름호에 6백장의 중편으로 발표되었던 것인데 박씨는 중편으로서는 만족스럽지 않다는 생각에서 1천7백장의 장편으로 개작, 「오늘의 작가상」 심사 위원회 (김우창 유종호 최인훈)에 의해 『지난 1년간에 볼 수 있었던 가장 소중한 문학적 성과』로 꼽히면서 수상작으로 결정된 것.
심사 위원들에 의하면 『이 작품은 전쟁 문학의 계보에 속하지만 틀에 박힌 규격을 벗어나서 단단한 개성적 견지를 성취해 놓았다』고 한다. 박씨 자신도 『월남전이 우연히 소재가 되기는 했지만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의 죽음과 삶, 그리고 운명의 문제 같은 것을 그리려 했다』고 설명.
곧 출간될 이 작품이 1회 수장작인 한수산씨의 『부초』처럼 폭넓은 인기를 유지하면서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는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이 작품의 개작을 위해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장까지도 팽개친 박씨의 문학에 대한 열의는 높이 사 줄만하다는 문단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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