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능력의 재정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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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주택가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3인조 이상의 떼강도들이 날뛰어 시민생활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빈발하는 각종범죄 가운데서도 국민들로 하여금 가장 두려움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강도와 같은 강력범이다.
이들은 좀도둑과는 달리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해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러한 강력범의 증가현상은 그와 반비례해서 우리 사회 전반의 쾌적성과 안전성 상실을 반영하는 지표가 된다.
범죄는 대체로 자연적·계절적 환경에 따라 그 발생빈도가 달라지는 것이 통례다. 그런데도 근자 우리사회에서는 의·식·주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 절박한 여름철에 그것도 떼를 지은 군도가 횡행하는가 하면, 밤길 유흥가를 비롯한 골목길에는 행인들을 치고 금품을 뺏는 신종치기배까지 날뛰고 있다. 이는 치안당국의 방범태세에 어딘가 근본적인 허가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잖아도 우리 나라 도시지역 주민들의 대부분은 강·절도에 대한 예기 못할 공포심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리다시피 돼있는 실정이다.
집집마다 철제대문에 가시 철조망을 겹겹이 치고 창문에는 쇠창살을 단 도시의 이같은 기형적 가옥구조처럼 우리 사회의 불안한 표정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희화가 또 어디 있겠는가.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요즘에 이르러서는 어느 가정에서나 초인종이 울려도 「도어·폰」이나 검인용 창구멍으로 방문객의 신원을 확인하기 전에는 문을 열어주지 않게끔 돼버렸다.
모든 사람이 서로를 도둑시하고 불신하는 각박한 세태를 빚고 있는 이 실정을 두고 어찌 이를 안정된 사회라고 할 것인가.
이들 강력범이 횡행하는 원인은 물론 실직·빈곤·빈약한 보호시설 등 전반적인 환경요인과 복합적인 관계를 갖는다.
그러나 가장 직접적인 것은 우리의 경찰력이 범죄와 맞설 수 있을 만큼 철저한 치안태세와 방범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는 것은 직접적으로는 경찰기강의 해이와 그로 인한 예방기능이 상실돼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적어도 시민들이 마음놓고 잠자고 안심하고 직장에 나갈 수 있는 최저한도의 안전요건인 강·절도범과 길거리의 치기배만이라도 없애야한다.
경찰이 이같은 원초적 과업 하나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 사회의 치안행정은 낙제점이라고 밖에 평가할 수 없다.
도둑이 군도화 하고 길거리 치기배가 자동차등 기동력까지 갖추고 등장하게된 것은 그동안 선거를 비롯한 과다한 행정사무 때문에 경찰의 단속이 소홀해진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경찰이 범죄예방과 범인색출 등 기초적 임무에 소홀하면서 행정적·정치적 임무에만 골몰하는 인상을 주게 되면 우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이 도둑들의 횡포로부터 보호되지 못하고 또 강도나 절도를 당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해보았자 사회의 이목을 끄는 큰 사건이 아니면 수사는 대개 흐지부지되기 일쑤이고, 이에 따라 시민들이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조차 기피하는 풍조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경찰의 존재 이유를 어디에서 찾겠는가. 이런 뜻에서 우리경찰은 언제나 뒷골목의 보안유지 등 지역사회에 밀착한 활동부터 철저하게 수행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항상 신뢰를 받도록 그 위신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사회전체가 범죄를 유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자위책을 세워야할 줄 안다. 모든 범죄는 부주의든 과실이든 간에 피해자의 「피해도발」책임을 도외시해서는 안된다. 특히 계층간의 격차를 돋보이게 하는 일부 층의 절제 잃은 사치, 향락성향 등도 범죄유발의 원인이 됨을 깨달아야 한다.
사회의 안녕을 유지하기 위해 경찰이 가일층 분발해야하는 동시에 사회성원 각자의 합심된 노력이 수반돼야함을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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