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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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영화 『외인부대』와 『모로코』라는 말만 나와도 갑자기 꿈꾸는 듯한 눈이 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마르레네·디트리히」와 「마리·벨」의 퇴폐적인 매력과 「게리·쿠퍼」의 고뇌에 찌든 듯한 무표정 탓도 있었다. 그러나 어제도 내일도 없는 허무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외인 부대의 뭔가 낭만적인 멋이 깊은 감동을 준 탓이었을 것이다. 「프랑스」 외인부대는 「루이」14세가 외인 용병을 쓴게 시작이었다. 「나폴레옹」도 「이집트」 원정 때 외인부대를 썼다
영화로 유명해진 「알제리」의 외인부대는 l831년에 설립되었었다. l862년에 있던 「멕시코」 전쟁 때에는 전멸할 때까지 싸워 온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현재는 불란서를 비롯하여 「타이티」 「마찰·잇사」 등에 7천명 가량이 된다.
최근에 「벨기에」 공정대와 함께「자이레」에서 2천여 백인들을 구출하는데에도 약 1천명의 「프랑스」 외인부대가 투입되었었다. 「프랑스」 외인부대에는 「스위스」인과 독일인이 가장 많고 「프랑스」인은 하나도 없다.
그 중에는 범죄자도 많고 정치 망명자도 더러 있다. 위험을 찾아 나선「로맨티스트」도 있다. 「게리·쿠퍼」처럼 시련 때문에 입대한 사람도 있다.
2년 전부터「아프리카」에는 다시 외인부대들이 판치고 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프랑스」외인부대와 같은 고전적 외인부대가 아니다. 말하자면 영국 작가 「프레더릭·포사이스」가 『전쟁의 개들』이라고 말한, 순전히 돈 벌기 위해 싸워주는 용병들이 대부분이다.
「앙골라」내전 때에는 「파리」와 「런던」의 거리에 『「앙골라」에서 싸울 용사를 구함. 고급우우. 요면담』이라는 광고가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그때의 월급은 대충 70만원. 목숨 값으론 싸지만 실업자들에게는 큰 미끼였다.
「앙골라」 내전은 주로 이들이 벌인 대리전쟁이나 다름없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많았던 것은 「쿠바」병사들. 미국무성의 총계로는 l만2천명이었었다고 한다.
아직도「앙골라」「잠비아」등에는 이들 외인부대가 때를 기다리고 있다. 싸움이 있어야만 특별수당도 기대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들에게는 이제 외인부대의 왕시의 영광도 긍지도 또는「로망」도 없다.
「자이레」에서 이번에 싸운 「프랑스」 외인부대도 그저 지난날의 먼지 쓴 역사책을 뒤적여보는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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