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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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주일 가까이 전 국민의 시선을 TV로 집중시켰던 KAL기 사건도 3일 억류됐던 두 승무원이 돌아옴으로써 한 매듭지어진 셈이다. 열띤 보도경쟁을 벌였던 TV종사자들도 흥분을 삭히고 차분히 공과를 따져볼 때 같다.
특히 사건당사자도 아닌 승무원 가족에게 빈번히 초점을 맞춤으로써 원치 않는 유명인사를 만든 것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라는 면에서 피했어야 하지 않을까?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몸부림치며 울거나 실신하는 등 본인으로서는 결코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을 흐트러진 모습들이 그토록 자주, 그토록 세세하게 공개되는 것을「뉴스」시간 마다 지켜봐야 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흔히 외국에서 국위를 떨친 운동선수에게 하듯 억류 승무원이 송환될 때 그 가족을 「스튜디오」로 불러 국제전화를 걸게 한 것도 상황에 맞지 않는 연출이었다.
□…TBC의 화요일 『쇼는 즐거워』-『인기가족 연예잔치』는 출연자 한사람이 「프로」자체의 격을 끌어올린 이례적인 경우를 보여주고 있다.
단독 심사위원인 가수 최희준의 단어 하나하나를 고르듯 조심스럽고 겸허한 한두 마디의 짧은「코멘트」가 그렇게 그 분위기에 적절하고 푸근하게 들릴 수가 없다. 그의 훌륭한 사람됨을 느끼게 한다.
반면 같은 TBC의 일요일 저녁 『가요올림픽』은 심사평이 오히려 「프로」의 격을 떨어뜨리고 있어 대조적이다.
비록 음악에 대한 전문적 소양을 요구하는 본격적인 자리가 아니라 해도 그 많은 단골심사위원들의 자격부터가 아리송한데다 심사평이 뚜렷한 핵심도 없이 노래보다 길기 일쑤여서 웬만한 인내심으로는 다 들어내기가 짜증스럽다.
□…「어린이 날」 TV「카메라」앞에 선 어린이의 발언에 이런 것이 있었다.
『어른들께 하고 싶은 말은? 어른들은 무슨 중요한 운동경기나 큰 사건 같은 게 생기면 꼭 우리 어린이 시간에 「텔리비전」방송을 하는데 좀 그러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어른시간은 많고 우리들 시간은 1시간뿐이잖아요? 「텔리비전」을 켰다가 어린이 시간을 안 하면 정말 실망돼요.』
행상 길에 처음 나선 서투른 장사꾼처럼 『나도…』하고 싶어서 인용했다. <이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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