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민들은 "불안정"이 두려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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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마음은 좌파에, 주머니는 우파』라는 전통적인 프랑스 국민들의 정치심리가 다시 한번 입증됐다. 『1차투표―좌파, 2차투표―우파』라는 종전의 투표패턴이 되풀이된 이번 프랑스 총선은 당초 좌파무드의 상승세로 58년 제5공화국 출범이래 최초로 좌파내각의 탄생가능성이 강력히 대두됨으로써 프랑스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비상한 관심을 끌었었다.
그것은 서구에 유러-코뮤니즘이 집권이라는 정치적인 현실로 등장할 때 국내외적으로 미칠 충격파가 어떤 것이냐 하는 시험대가 될 뻔했기 때문.
결국 1차 투표에서 좌파가 예상보다 적은 득표를 함으로써 좌파의 집권가능성은 희박해졌고 우파진영은 이에 자극 받아 결속을 더욱 공고히 함으로써 2차 투표에서 승리를 올리게 되었다.
좌파의 패인은 비록 사회당과 공산당이 단일후보에는 성공했지만 공동강령과 내각구성에서 이견이 남아있는 채 2차 투표에 임함으로써 좌파유권자들의 표를 집중시키지 못한데 있다하겠다.
즉 사회당 후보에 공산당 조직표가 완전히 가지 않고 공산당 후보지역의 사회당 유권자들이 상당수 우파로 선회한 것이다.
좌파의 이 같은 분열과는 대조적으로 우파인 드골파와 지스카르파는 선거전에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했지만 2차 투표에서 좌파의 집권을 막기 위해 똘똘 뭉침으로써 대세를 결정지었다.
지스카르 대통령은 22일 TV를 통해 총선결과를 분석하고 새로운 개혁정책을 표명할 예정인데 내각구성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지스카르로서는 드골파와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우선 주안점을 둘 것이고 좌파가 주장, 프랑스 국민들에게 상당한 공명을 준 사회불균등문제, 경제위기 등의 해소를 위해 보다 과감한 경제정책을 피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한편 차기수상으로는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끄는데 결정적인 공로를 세운 바르 현 수상이 다시 맡을 것으로 보인다.
지스카르 신내각의 과제는 중도 우파적인 개혁을 추진중인 지스카르파와 드골의 보수노선을 강력히 옹호하려는 드골파간에 어떻게 타협을 이루어 나가느냐 하는데 있다.
예컨대 드골파 총수 시라크 파리 시장은 지스카르 정권이 대외정책과 방위정책에서 대미경사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 프랑스의 독립성을 요구해왔는데 총선 직후 내각에 대한 드골파의 지원은 조건부라고 선언했다.
사회당과 공산당은 이번 패인을 놓고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는데 이번 총선을 계기로 사회당과 공산당의 연합전선은 완전히 붕괴될 것으로 보여 좌파진영은 당분간 진통을 겪을 것 같다.
우파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총선의 의의는 58년 제5공화국 수립이래 우파진영에 가장 위험한 시기를 지스카르가 극복했다는데 있다.
즉 72년부터 좌파세력이 연합전선을 펴면서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74년 정권을 맡은 비드골파인 지스카르가 각종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좌파의 집권을 좌절시킨 것이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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