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보수와 보존과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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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공부는 금년들어 문화재의 관리·보수·해외전시에 각별한 역점을 두기로 했다한다.
문화재란 한 민족이 수 천년을 두고 영위해 내려온 생활총량의 가장 고귀한 결정이다. 그것은 한 민족의 과거를 말해주는 것일 뿐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대한 영구한 교훈이기도 할 것이다.
민족사적인 정통성을 확립함에 있어 문화재에 대한 주체적 재평가가 재연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 점에 있다 하겠다. 문제는 다만 그것을 어떻게,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겠느냐하는 「비전」과 방법론의 문제일 것이다.
문화재의 복원이란 다른 어떤 행정이나 분야보다도 가장 고도하고 정밀한 고증과 보존과학 기술을 요하는 사항이다. 만약 그것이 완벽하게 기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굴·중수· 보수를 서두른다 가정할 경우엔 문화재 「보존」이란 취지 자체가 손상 받을 위험 앞에 서게 됨은 물론이다. 예컨대 목조건물 한 채를 중수, 또는 보수한다고 쳐보자. 이 경우, 단순히 나무기둥을 새로 세우고 단청을 새로 입힌다고 해서 문자 그대로의「복원」이 완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복원다운 복원이 되기 위해선 형체상의 재현뿐만 아니라 하다못해 목재의 수종이 나 수질·건조연한에 이르기까지 엄밀한 고증과 부합성이 기해져야만 하는 것이다.
단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단청의 본래 원료인 동이나 자연염료를 쓰지 않고 현대의 화학염료를 대용했다할 경우 그것이 과연 단청 본연의 색상을 정확히 재현했다고 만족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래서 어떤 외국의 경우엔 정확한 고증과 구명에 완전한 자신이 서지 않는 바에는 아예 당대발굴이나 부대중수 자체를 보류하기까지 하는 신중성을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이 말은 물론 당면의 문화재 부흥의 긴요성을 적게 평가하자는 뜻은 결코 아니다.
워낙 중요하고 정밀한 연구대상인만큼 최대한의 과학성과 엄밀성·완벽성을 기하자는 것뿐이다.
문화재 관리사업이 이렇듯 고도학문수준을 요하는 분야일진대는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역시 전문가의 양성이다.
세계적 수준의 높은 보존과학기술을 체득한 인재가 필요한 것이다. 여기엔 기존의 관리인들을 적절히 교육하는 것뿐 아니라, 문화재 관리직에 흡수할 수 있는 전문가의 양성 「시스팀」도 아울러 확충해놓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문화재의 해외전시나 소개는 한민족의 긍지와 우수성을 세계에 홍보하는데 다시없는 수단이 될 것이다. 「투탄카멘」유산을 관람한 「뉴욕」사람들은 「이집트」에 가보지 않고서도「이집트」인들의 민족주의를 「뉴욕」에서 실감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문화유산 역시 그것을 관람하는 많은 외국인들에 대해 한국인의 자주성과 이상을 생생하게 실감시켜 줄 것이라 믿어진다.
다만 한가지, 문화재의 복원·중보수나 해외전시가 갖는 범인류적 의의에 대한 인식의 필요다. 한나라가 자국의 문화유산을 부흥 전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류가족 속에서의 문화공유와 국제 연대를 위한 것이란 점이다.
모처럼 추진되는 대대적인 문화재부흥사업에의 국민적 기대감과 아울러, 문화재 관리사업에 임하는 「시각」과 「기술」의 수준향상과 고도화를 강조해둘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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