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업들 東南亞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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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급속히 퍼지는 가운데 전세계 주요 기업들이 동남아지역 사무소를 잠정 폐쇄하는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스 때문에 세계 경제가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인 모토로라는 싱가포르 현지공장 직원이 사스에 감염되자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공장을 잠정 폐쇄했고, 인텔과 휼렛패커드도 사스 피해가 심각한 홍콩 사무소를 폐쇄했다. 미국의 방사선치료시스템 제조업체인 슈이빔은 최근 베트남 사업을 포기하고 직원들을 모두 철수시켰다.

사스 감염에 대한 우려로 미국과 유럽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아시아 방문 계획을 잇따라 연기하고 있다.

인텔은 14, 15일 대만과 중국에서 열 예정이었던 최고경영진 회의를 지난 2일 취소한 데 이어 17, 1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려고 했던 경영자 모임도 취소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직원들의 아시아 여행을 잠정 보류했다.

미국 모건스탠리 딘위터증권의 스티븐 로치 수석연구원은 2일 "사스가 이라크 전쟁과 함께 올해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고 갈 또 다른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여행.호텔업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계속 늘어왔던 해외 여행객이 지난달엔 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말했다. 국내에 들어오는 여행객도 3월엔 마이너스 7%선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라.조선.하얏트 등 특급호텔의 외국인 투숙객도 급격히 줄어 객실의 50~60%만 간신히 채우고 있다.

한편 국립보건원은 3일 괴질이라는 표현이 국민에게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며 이 질병을 '사스(SARS)'로 부르기로 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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