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 고교에 새로운 「학교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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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문교부의 고교평준화 시책에도 불구하고 지역과 학교간의 우열격차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고 새로운 형태의 학교차까지 생겨 당국의 평준화시책이 실효를 잃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는 78학년도 대학예비고사와 서울대·연대·고대·이대등 전기대학입시결과 평준화이전의 명문공립은 그런대로 중간수준 이상의 합격자를 냈으나 사립고교는 지역과 학교에 따라 합격자수가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거나 본고사는커녕 예비고사에 1명의 합격자도 내지 못한 학교가 있는 등 우열격차가 심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5대도시 평준화 고교의 경우 똑같은 수준의 학생을 추첨, 배정 받고도 합격자 구성비의 우열격차가 이처럼 심한 것은 학교 시설, 교사자질의 우열 이외에도 사립의 경우 학교법인의 학력향상에 대한 노력과 관심도에 좌우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연합고사에 의한 추첨, 배정에도 불구하고 좋은 학교와 질 낮은 학교가 생겨나기 마련이기 때문에 현행 입시제도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과 불신은 해소되지 않고 있어 현행 무시험 입시제를 경쟁 입시제로 바꾸거나 우열반 편성을 양성화, 학력저하를 막는 등 보완책의 시행이 시급한 것으로 일선 교육관계자들은 지적하고있다.
서울시내 일선고교 진학지도 교사들은 평준화 이전의 일부 명문고교 (경기고·서울고· 경기여고)에서도 직업반을 두어 진학이 불가능한 학습지진아들에게 취업교육을 시키고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이럴 바엔 실업계 고교를 늘리고 인문고를 정예화, 경쟁을 통해 우수한 두뇌를 개발하는 새로운 교육제도의 개선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4일 본사와 대학 측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고대·연대의 고교별 합격자수는 서울시내 구 명문공립학교인 경기·서울, 경복 등이 재수생을 포함 각각 1백명 이상씩 중간이상의 합격실적을 보이고 있으며 사립의 경우 서울대에 70명이 합격, 서울에서 가장 많은 합격자를 낸 서라벌 고교를 비롯, 신일·대일·명지·배재 등이 3개 명문대학에 1백명 선의 합격자를 내 새로운 일류고교로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서울시내 고교중 이들 대학에 각각10명 이상씩의 합격자를 낸 학교는 전체1백52개교의 30%선인 50여 개교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3∼6명 선의 적은 합격자를 냈거나 합격자가 1명도 없는 학교마저 있어 학교간의 우열격차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질 낮은 학교에 배정될 경우 대학입학은 그만큼 어려워지는 것이어서 학부모나 학생엔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는 격이다.
더구나 서울과 지방간의 우열차이가 두드러져 7대3의 비율로 서울학생들의 합격률이 높아 학교간의 평준화 실패와 함께 지역간의 평준화시책도 제구실을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지방고교의 경우 비 평준화지역 명문인 전주고는 재수생을 포함, 1백36명이 서울대에 합격,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합격자를 냈으며 대전고 95명, 마산고 72명, 진주고57명, 청주고45명 등 비 평준화지역의 고교들이 서울대에 50명선 이상의 많은 합격자를 냈는데 이는 평준화지역의 우수학생들이 역류한 탓도 있겠지만 평준화지역의 고교생학력이 크게 떨어져 질 낮은 평준화로 치닫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평준화이전의 지방 명문교인 경북고·부산고·경남고의 서울대합격자수가 10명 선에 머무르는 등 평준화 이전에 비해 심한 격차를 보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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