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향 『능력별 자기 배치』단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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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올해로 창단 22주년을 맞는 국립 교향악단은 새해 벽두부터 그 동안의 정체와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체 쇄신작업을 끝내 화제가 되고있다.
국향 20여년의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이번의 쇄신작업은 아직까지는 입단 때에 결정되는 서열에 큰 변화가 없는 연륜 위주의 배석 체제를 능력 위주로 바꾼 것.
이를 위해 지난해 연말 지휘자 홍연택씨와 악장 정찬우씨, 그리고 단원들이 뽑은 5명의 대표 등 모두 7명으로 기술 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이 기술위원회는 일률적으로 봉급이 20%정도 인상된 78년의 새로운 계약 체결에 앞서「오디션」을 실시한 것이다. 단원 중 좀더 나은 자리를 원하는 희망자 27명과 새로이 입단을 희망하는 3명을 대상으로 지난 13일 국립 극장 연습실에서 심사 「오디션」이 있었다.
「오디션」에 앞서 국향 창단 「멤버」인 「바순」의 윤용석씨, 창단 초기에 입단한 「플라리넷」의 임준호씨와 「트럼팻」의 정윤민씨가 후진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스스로 수석의 자리를 내놓고 명예수석으로 물러앉았다.
「오디션」결과 10명의 국향 단원들이 새로운 「타이틀」을 받았다. 올 봄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는 「바이얼린」의 장민수씨의 새로운 입단도 결정되어 국향 단원이 총95명으로 확정되었다. 특히 장민수씨가 「오디션」결과 처음부터 현악「파트」의 제2부수석으로 입단하게 된 것은 획기적인 변화로 뽑힌다..
현재 지휘자 밑에 악장·부악장·수석·부수석의 서열로 되어있던 국향의 각「파트」 는 이번 개혁으로 현의 경우 제2수석·제2 부수석 등 「타이틀」의「더블·시스팀」이 되었다. 금관·목관·타악기「파트」에도 비슷한 변화가 생겼다.
이번 국향의 개혁은 TO는 변하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타이틀」이 늘어나 아직까지는 앞자리에 결원이 생기지 않는 한 불가능했던 현재의 인사 체증에 어느 정도 숨통을 터놓은 셈이다.
이러한 국향의 능력별 배석제의 도입은 뒤늦은 감은 있으나 보다 좋은 교향악단으로 발전하기 위한 한 걸음의 전진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립극장 소속 7개 공연단체의 하나인 국향은 원래 1년 기간의 계약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일단 국향「멤버」가 된 다음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계약이 되어왔다.
따라서 국향은 결원이 생겼을 때 이를 보충하기 위해 희망자의 입단여부를 가리는 「오디션」을 실시한 외에는 특별히 단원들을 상대로 한「오디션」은 거의 실시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향 지휘자 홍연택씨는 『능력별 배석을 위한 「오디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고 밝히면서『「오디션」외에도 보다 좋은 교향악단이 되기 위해 단원들의 능력을 가리는 더 좋은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음악평론가 박용구씨는 『일본의 경우 보다 나은 보수, 보다 좋은 교향악단 「멤버」가 되기 위해 정기적으로 또는 희망에 의해「오디션」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되어 있다』 고 말했다.
한편 한국 음협 조양현 이사장은 『능력별 배석에는 찬성이나 그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타당성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일련의 국향의 체질개선은 20여년간 누적된 필요성 외에 오는 79년1월로 예정된 미국전역 순회연주가 좋은 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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