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계, 영원불변일 수는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리처드·스나이더」 주한 미국 대사는 『박동선 사건은 철군계획을 복잡하게 만들어 한미 양국의 근본적인 국가이익을 중대하게 손상할지도 모를 단계에 와있으며 시간이 감에 따라 이 사건과 철군을 분리하는 일이 더욱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 『양국의 상호이익이 위험에 빠지기 전에 신속한 해결을 하기 위해서는 박씨가 미국인들에 대한 재판에 나와 증언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고 말했다.
12일 밤 미 8군 장교「클럽」에서 열린 한미협회(회장 송인상) 주최 송년만찬회에 참석, 『한국과 미국-변모하는 관계』라는 제하의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힌 「스나이더」 대사는 『한미 두 나라가 사회적·정치적 변화를 겪어왔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 관계를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온 것은 염려되며 우정이나 협조관계에는 자동적인 것이 있을 수 없다』고 지적, 『양국 간에는 「후원자」(Big Brother)관계가 종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앞으로 양국은 공동이해에 중대하게 잘못 해석하는 여론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하며 상대방의 동기를 공박하거나 부정적인 해석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밝히고 서로가 상대방의 이해에 반응을 보이고 또 상대방의 국내동태와 문제에 민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77년은 한미관계가 어려웠던 한해였다』고 회고한 「스나이더」 대사는 철군·박동선 사건에 집중적으로 언급,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가 동북아에 걸려있으며 한국은 이 지역의 주축이라는 사실에서 나왔다』고 전제, 『미국은 주한 군사력 감축이 조금이라도 이러한 이해관계와 신뢰도에 손상을 초래한다면 실행하지 않았을 것이며 북한이 또 다시 한미관계의 깊이를 오산, 과거와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을 것을 확신한다』고 말하고 다만 박동선 사건이 이 문제를 흐리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의회와 한국의 평판에 손상을 끼친 이 사건이 초기단계에서 법정으로 이송될 수 있었더라면 사실이 판명나고 근거 없는 주장들을 몰아냈을 것이라고 말하고 『미 국회의원들 머리 위에 검은 구름이 떠돌고 있는 한 한미관계에 영향을 미칠 법률안을 냉정하게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 관리들과 미국에 거주하는 기타 인사들의 부정행위를 밝혀내고 죄 없는 사람들의 혐의를 씻어주는 것이 미 당국의 목적』이라고 못박고 『박씨가 개인적 기소면제에 관한 포괄적 보장 하에 증인으로 미국에 돌아가 미 법정에 출두하면 양국의 기본적 이익과 사법정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해주기를 요망했다. 끝으로 그는 『양국간 문제해결을 성취하는데 양국의 여론은 고려해야할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하고 인권문제에도 언급, 『미국은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힘써야할 여지가 많은 것으로 믿고 있으며 미국의 인권활동은 어떤 정부나 또는 정부이념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존엄성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히고 그 같은 접근방식은 미국사회에서 하나의 계속적인 지상명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4시간동안 계속된 이날 만찬에는 박동진 외무·백낙준 박사·김상협 고대총장·「존·베시」 주한 「유엔」군 사령관 등 3백 50여명이 참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