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지옥 천2백m…"살아야 한다" 사투4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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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하 1천2백m 갱속「가스」지옥에서의 탈출은 생사를 건 처절한 모험이었다. 오봉석씨 (39·작업반장) 등 2차사고조난자 7명이 구조작업에 투입된것은 17일 하오4시50분. 구조대89명과 함께 갱속의 공기가 좋아 구조장비없이 맨손으로 검천갱 제2사갱 1백50 「fp벨」 5 「크로스」지점까지 들어갔다. 이때 수갱쪽에서 갑자기 밀려온 검은 연기와 유독「가스」로 구조대원들이 모두 당황, 대피소동을 벌이던중 이들은 다른대원들과의 연락이 끊긴채 갱속에 갇히고 말았다.
이들은 구조를 기다리며 갱속의 길이를측정, 교대로 갱도에나와 2시간만에 제2사갱 끝에있는 전화를 발견, 대책본부에 긴급구조를 요청했다.
2차구조대윈이 모두 빠져나온것으로 판단, 이들의 구조작업에는 전혀손을 쓰지않고있던 대책본부는 뒤늦게 이들의 전화를받고 조난당한 것을 알아내 구조작업을 벌이려 했으나 갱속에 연기가 들어차 다음날인 18일상오9시30분에야 12명의 구조대원을 들여보냈다.
그러나 이들또한 대피지점1km 앞까지 갔다가 유독「가스」기류의 급습으로 다시 후퇴, 이 가운데 지룡호씨 (43· 검천갱작업반장)가 산소호흡기의 산소가 바닥나 낙오됐다 .지씨는 낮12시쯤다시 구조하러 오겠다는 말을 듣고 먼저조난된 오씨등 7명을 찾아 갱속으로 더깊이 들어가 제5「크로스」굴진막장에 대피중이던 이들과 합류했다.
그러나 18일 낮12시가 지나도 구조대는 나타나지않았다.
지씨는 무언가 잘못되고있다는 판단아래 갱도에나가 기류를 측정해보니 "검천갱쪽에서 수갱쪽으로 흘러야할 기류가 반대쪽으로 역류되고있어 구조활동이 중단된것으로 판단, 다른대원들에게 『우리가 살길은 우리가 찾자』며 탈출을 계획했다.
이들의 탈출 「드라머」가 연출된 시간은 낮12시30분부터.
지씨와 「가스」측정기를 휴대하고 있는 최원린씨 (35·작업반장)등 3명이 앞장서 「가스」농도들 측정하며 제2사갱을거쳐 제1사갱과의 연결지점인 권양대까지 일진일퇴를 거듭하기 2O여차례.
「가스」가 몰려 기류가 악화되면 인근 굴진막장으로 대피, 산소공급을받고 다시 전진하거나 바닥에 엎드려 위로 지나가는「가스」대를 피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가스」중독을 막기위해 배설물등이 흐르는 배수구에 적신 수건을 코와 입에대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렇게하여 길이 7백m의 제2사갱을 빠져나오는데만 약2시간이 걸렸다.
모두 안도의 숨을 쉬고 제1사갱입구에 도착했으나 제1사갱은 제2사갱보다「가스」가 더많고 허기와 미로에 지친 이들은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지씨는 대원들에게 『여기서 낙오되면 죽는다』며 서로 허리띠를 붙잡고 전진하도록 했다.
대원들은 꺼져가는 의식속에서도 앞사람의 허리띠를 꼭잡고 발길을 규칙적으로 옮겼다.
이들은 재1사갱 중간지점인 전압실부근에서 산소공급 「파이프」의 연결쇠가 약간 풀려나가『쉿,쉿』 소리를 내며 산소가 나오고있어 이곳에서 30분간 교대로 「파이프」에 코를대고 심호흡. 의식을 회복하기도 했다.
지씨등은 3백여m남은 제1사갱을 단숨에 빠져 검천갱입구에 도착, 모두실신했으나 구조를 중단한 대원들이 모두 철수하고 없어 10여분만에야 경비 중이던 경찰관에게 발견돼 병원에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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