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시의 총력복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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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리 화약 폭발 참변의 피해는 엄청나다. 참변을 당한 이리시내는 마치 전쟁을 겪고 난 폐허와도 같다.
1천4백여 명의 사상자가 나고 시내 전 가옥의 반수가 파손됐다,
이러한 대 참사를 가져온 사고의 원인과 책임은 철저히 따져져야겠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보다 앞서야 할 것은 재난의 복구와 새로운 이리의 건설일 것이다.
때도 좋지 않아 지금은 엄동의 문턱이다. 뜻하지 않은 재난을 당한 이리 시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신속한 구호·복구활동이 전개되어야 하겠다.
이미 군관민의 복구활동이 전개되고 있고, 정부도 50억 원의 복구비를 긴급 지출하여 재난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복구가 급하니 우선은 신속히 동원이 가능한 재원으로 복구부터 해놓고 보아야 될 일이다.
그리고 이 재해복구 대열에는 전 국민적인 동포애가 발휘되어야 할 것은 물론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리의 이번 재난을 새롭고 아름다운 이리를 건설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엄청난 재난을 딛고 일어서는 이리시민의 용기와, 그 e용기를 북돋우는 국민적 성원과 효율적인 정부의 지원시책이 필요하다.
다만 이번의 재난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부주의에 따른 인위적 재난이므로 원인과 책임을 철저히 규명함으로써 날로 증대해 가고있는 대형 위험 요인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를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다.
현재로서는 폭발사고의 직접 원인은 화차 안에서 호송인이 켜놓고 잠든 촛불의 인화로 밝혀지고 있다. 실로 잠시의 부주의가 엄청난 참상을 몰고 온 것이다.
그러나 촛불은 사고의 직접 원인이었을 뿐, 이미 그전에 사고가 나게 될 수많은 허점이 있었다.
따로 수송, 보관하게 되어있는 화약과 뇌관을 함께 수송한 것도 사고의 위험성을 높인 문제점이다. 또 될 수 있는 대로 도착정거장까지 직통하는 열차에 운송하게 되어있는 화약류운송수칙을 어기고 중간에서 10여 시간 내지는 하루씩 지체하는 열차 편에 운송함으로써 사고위험을 방치해 놓은 것이 문제였다.
무엇보다도 사흘씩이나 걸리는 그 많은 화약운송에 단1명의 호송인을 붙인 것이 그중 가장 큰 문제였다.
호송인 신씨의 말로는 호송임무를 맡아온 지난 7년 동안 줄곧 혼자서 그 일을 해왔다는 것이다.
호송인도 사람인 이상 식사도 해야 하고, 생리적인 용무도 보아야 한다면 교대할 사람이 없고서야 호송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가 아닌가. 게다가 화차 안을 밝힐 전지 같은 안전 조명기구마저 없어 촛불을 켜놓았다니 그야말로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따져볼 때 그동안의 화약수송은 안전「제로」의 상태에서 수행되어 왔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무방비 상태라면 그동안 사고가 안 났던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이번 사고의 책임은 전적으로 하주인 한국화약, 2차적으로 철도청에 돌아갈 수밖에는 없겠다. 따라서 우선 시급한 사고복구를 위해 투입된 정부예산은 사후적으로라도 책임의 비중에 따라 귀책자에게 구상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이번 사건의 예에서 증명된 것과 같이 경제의 성장과 사회개발에 따라 사고의 위험은 점점 대형화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사회의 대비와 관심은 아직도 목가적이라 할 정도로 전근대적이다.
이러한 위험과 대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시책·투자·정신면의 일대 혁신책을 강구함으로써 대형사고의 재발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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