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美에 유화 손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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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에 반대해 미국과 알력을 빚어온 프랑스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1일 하원에서 "프랑스가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과 영국편, 민주주의 편에 서 있다"고 밝혔다.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도 의회 연설에서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시위에서 반미(反美)주의가 나타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장 다비드 레비트 주미 프랑스 대사는 같은 날 존스 홉킨스 대학 강연에서 "프랑스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주축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이제 과거사는 과거로 돌리고 전후 이라크 재건에 미국과 프랑스 양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프랑스 정부의 대미 유화 제스처에 대해 외신들은 3일로 예정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유럽순방을 계기로 미국과의 갈등관계를 청산하고 전통적인 우방관계를 재건하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했다.

또 개전 이래 반전시위가 줄을 잇고, 최근 르몽드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3분의1이 이라크가 미.영 연합군에 승리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반미국가로 낙인 찍힐 가능성이 커지자 외교적 수사로 이를 무마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후 이라크 복구사업에서 완전히 배제되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시급한 과제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프랑스는 그동안 평화와 반전 노선으로 얻은 '아랍권의 신뢰'를 대미 외교카드로 활용할 전망이다. 외신들은 "파월 장관과의 회담에서 드 빌팽 장관은 미국에 등을 돌리고 있는 아랍국가들을 설득하는 등 전후 중동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나라로 프랑스가 가장 적격이라는 점을 각인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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