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수사검사' 검찰 떠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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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DJ(김대중 전 대통령) 수사검사'가 검찰을 떠난다.

서울고검 이상형(李相亨.54.사시 20회)검사. 그는 지난주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적당한 자리가 주어지지 않자 지난달 31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검사 생활 23년 만이다.

그는 1989년 6월 서경원 의원 밀입북 사건 주임검사로 당시 평민당 총재였던 金전대통령을 직접 불러 조사했다. 조사장소는 지난해 피의자 구타사망 사건을 계기로 없어진 서울지검 특별조사실.

李검사는 그곳에서 金전대통령을 상대로 徐의원이 북측 인사에게서 받은 공작금 5만달러 중 1만달러를 전달받았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조사는 오전 10시부터 15시간동안 쉬지 않고 계속됐는데 오후 6시쯤부터 평민당 의원들이 야간수사를 하지 말라고 강력히 항의했던 기억이 난다"고 당시를 회상하는 李검사는 "하지만 그건 金전대통령이 계속 조사받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때 맺은 악연은 98년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李검사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99년 11월 徐전의원 밀입북사건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지면서 그는 서울지검 공안1부에 출두해 거꾸로 조사를 받아야 했다.

능력을 인정받아 사법시험 동기생들 가운데 선두를 달렸던 그가 정권 교체 후엔 제대로 된 보직을 받지 못하고 한직으로 꼽히는 고등검찰청을 전전해야 했다.

기업관련 소송을 주로 하는 나라법무법인의 공동대표로 새 출발을 할 李검사는 2일 심경을 묻는 질문에 "그 때 공안 검사가 된 게 잘못이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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