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셀 코리아' 본격화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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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외국인투자자들이 최근 국내 주식을 공세적으로 팔고 있다. 매도 종목은 삼성전자.국민은행.현대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간판급 주식에 집중돼 있다.

국내외 증권사 관계자들은 "단순한 비중축소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셀 코리아'(Sell Korea)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외국인 매도 배경에는 ▶경기위축▶SK사태▶카드채 문제▶이라크 전쟁.북한 핵 등으로 기업의 수익이 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최근의 지속적인 외국인 매도를 셀 코리아의 시작으로 보기도 한다.

◆계속되는 '팔자'공세=외국인들은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거래소시장에서 총 4천4백여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외국인들이 하루에 1천억원 이상씩 사흘 연속으로 매도한 것은 지난해 8월 하순 이후 처음이다.

이 기간 중 삼성전자.국민은행.현대차에 대한 매도 규모는 3천8백95억원으로 전체의 88.5%를 차지했다.

특히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식을 1천9백억원어치나 팔았다. 전체 매도물량의 43%에 이르는 규모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말 53.9%에서 1일 현재 52.0%로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11일부터 올 1월 중순까지 증시 반등기간 중 외국인들은 3조2천억원어치를 샀다. 1월 중순부터 1일까지 매도액은 1조7천3백억원이다. 아직 절반 가량 처분할 수 있는 물량이 남은 셈이다.

◆엇갈리는 전망=일부에선 외국인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과정이라면 크게 우려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한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외국인 매도가 특정 종목에 집중돼 있고, 매물이 단기간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매도 규모는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한 비중축소가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외환코메르쯔투신운용 이재현 운용본부장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많이 샀던 국내 주식을 줄여 나가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카드채.북핵.경기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환율이 평가절하될 경우 외국인 매도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 이후 해외 뮤추얼펀드 중 아시아펀드엔 자금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의 자금유입이 제한된 상태에서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매도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예측도 가능하다.

메릴린치 이원기 전무는 "삼성전자.국민은행.현대차 매도는 카드사에 대한 증자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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