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가의 인생 드라마

중앙일보

입력

KBS 2TV 새 미니시리즈 <꽃보다 아름다워> (극본 노희경. 연출 김철규. 내년 1월 1일 첫방송)가 노희경 작가의 자전적 스토리를 다룬 것으로 알려져 방송사에 화제가 되고 있다.

<꽃보다 아름다워>는 가족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베푸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을 그려낸다. 작품에 등장하는 어머니(고두심 분)는 바로 노희경 작가 본인의 돌아가신 어머니 모습을 투영한 것. 또한 극중에 나오는 가족간의 갈등과 바람 잘 날 없는 가족사도 본인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품을 통해 재현해냈다고 한다.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어머니는 외도를 일삼는 남편 때문에 평생 마음 고생을 하며 지낸다. 아예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려 집을 나가 버렸건만 도리어 이혼까지는 하지 않는 남편을 고마워한다. 미련할 만큼 순박하게 가족을 지키려 애를 쓰고 가족애를 베푸는 어머니인 것이다. 3남매는 그런 미련한 어머니가 너무 답답하고 싫어 때론 무시하고 때론 존재를 부정하려고도 하지만 나이가 들어 어머니의 입장이 되면서 어머니를 이해하고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물론 노 작가의 가족사가 작품에 표현된 것처럼 극단적이진 않지만 노 작가의 어머니도 가족들이 이해못할 정도의 희생으로 일생을 보낸 점에서 작품 속의 어머니와 일치한다. 노 작가는 그런 어머니에게 많은 불만을 품고 핀잔을 주기도 하며 성장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머니를 더욱 이해하게 됐고 결국 드라마의 핵심 소재로 삼아 추모하기에 이른 것이다.

"6남매 중 막내로 자랐다"는 노희경 작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됐는데 아직도 엊그제 돌아가신 것 같다. 어머니는 딸들에겐 친구 같은 존재인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 자식 간에 거래란 있을 수 없다"며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너무 많은 희생을 하면서도 '애들 키우는데 그것도 안 힘들어선 안된다'고 더 큰 희생을 준비하는 존재"라고 어머니의 사랑을 새삼
강조했다.

<꽃보다 아름다워>에는 둘째딸 미수(한고은 분)와 유부남 인철(김명민 분)의 불륜의 사랑이 작품을 이끄는 또하나의 축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노 작가는 미수와 인철의 사랑을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을 강조하는 수단으로만 활용할 계획이다.

<거짓말><바보같은 사랑><푸른 안개> 등에서 불륜을 핵심 소재로 그려냈던 그이지만 이번 작품에선 트레이드 마크인 불륜이 어머니의 사랑을 약하게 해선 안된다는 생각에서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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