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에고이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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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큰 선박주가 돈버는데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리베리아」국적을 가진 배로 만드는 것이다.
어느 나라나 선박에 부과되는 세금이 적지 않게 많다. 또한 국적에 따라 입항을 금지하고 있는 곳도 있다.
「리베리아」국적의 배는 어디든 기항할 수가 있다. 또한 등록세 이외에는 면세다. 이래서 인구 1백20만 명밖에 안 되는「리베리아」이면서도 세계 제3의 상선보유국이 되어있는 것이다.
비합리적인 방법으로는 보험료를 타내는 것이 있다. 허름한 배를 사들여서 일부러 엄청난 보험에 가입한다. 그리고는 암초에 걸리게 한다든가. 화재를 만나게 한다. 사실여부는 가리기 어렵지만「오나시스」도 한때 이런 방법을 쓴 적이 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돈을 벌려던 사건이 최근에 있었다. 원양선에 타고있던 선원들이 전도금을 떼어먹으려고 사고를 위장하여 배를 침몰시킨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침몰된 배는 1억5천만원 짜리였다. 선원들이 받았던 전도금은 1백50만원. 물론 배는 보험에 들어있었을 터라 선주에게 큰 피해는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조금도 망설임 없이 배를 희생시킨다면 어딘가 크게 병들어 있는 게 틀림이 없다.
구속된 선원들은 돈 이외에도 오랜 조업에 권태를 느꼈기 때문이라고도 실토했다. 그들은 30개월의 승선계약을 다 마치기가 생각만 해도 지겨웠던 모양이다.
뱃사람은 배를 자기 생명처럼 아낀다. 따라서 그들은 자기 배든 아니든 자기가 타는 배에 다시없는 애착을 느낀다. 또한 배 위에서 일하는데 무한한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적어도 이런 게 이제까지의 뱃사람에 대한「이미지」였다. 이런 아름다운「이미지」를 그들은 산산이 무너뜨린 것이다. 그들은 배만을 가라앉힌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들은 현대의 추악한「에고이즘」이 만들어낸 요괴인간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바로 눈앞에 보이는 자기네의 쾌락과 물질욕만을 추구한다. 그들에게는 남의 이익은 보이지 않는다. 자기의 이익만을 쫓는 그들은 이미 선과 악의 판단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지난날의「에고이스트」라면 우선「줄리앙·소렐」을 든다. 그는 자기의 출세를 위하여 남을 짓밟기를 예사로 한다. 그런 그에게도 양심은 있었다. 그리고 뉘우침이 있었다.
오늘의「에고이스트」들에게는 이런 뉘우침조차 있을 것 같지가않다.
또한 그들만이 추악한「에고이스트」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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