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과 저조한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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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들어 경제 동향은 적어도 경제 지표상으로는 예상보다 훨씬 낙관적인「스타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지표의 내용을 보면 표면적인 낙관에도 불구하고 염려해야 할 상황들이 적지 않음을 엿 볼 수 있다.
우선 2월 한달 동안에 물가가 도매 2.6%, 소비자 2.3%나 올라 근래에 없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원유가격 조정에 따른 국내가격 체계의 조정이 완결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하반기부터 시행할 부가가치 세제까지를 고려한다면 물가 문제는 결코 낙관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위에 국내 여신도가 2월중에만도 1천2백억원이나 늘어나고 있는데 이처럼 국내여신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업계는 여전히 자금압박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금융의 상대적인 불황 때문에 업계는 수출 선수금 도입을 계속 시도함으로써 변칙 금융의 길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자금수요가 시설투자의 중대에 기인되는 것이라면 그래도 좋은 것이나 외자대부 신청이 저조한 것을 보면 반드시 시설확장에 기인되는 것만도 아니다.
통계적인 물가상승을 보다는 월등 높은 율의 거래자금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면 거꾸로 실질 물가 상승률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이점 정책 당국은 원인을 규명해 보아야 하겠다.
다음으로 산업시설 투자의 저조와 민간 건축활동의 저조상이 지금과 같이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다면 성장 전망에 대해서 재점검 해 볼 필요를 느끼게 한다.
수출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신용장 내도액이 예상보다 많다면 투자활동이 회복되어야 마땅한 시점이다. 정부는 작년 연말께에 설비 투자를 자극함으로써 올해의 수출 능력을 제고시킨다고 해서 미리 설비자금 지원계획까지 마련했던 것이나 아직 이렇다 할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시설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잘못되었거나 아니면 설비금융제도에 문제점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업계가 아직 국제 경제동향에 자신있는 판단을 내리지 못해서 투자 활동이 저조하다는 의견도 일리는 있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 때문에 투자 활동이 저조한지를 우선 가려내는 것이 당면한 정책과제 임을 주목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또 수입 수요가 그렇게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항이다.
그동안 수입대체 효과가 크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출과 생산 전망이 호조를 보인다면 수입 수요도 상당히 회복되는 것이 순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 수요가 사실상 정체되고 있는 원인을 아직도 구체적으로 점검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수입수요의 정체가 수입대체 효과에 기인되는 것이라면 국내수지 전망을 위해서 다행한 일이겠으나 투자활동 및 생산활동의 저조에 기인되는 것이라면 새로운 각도의 조정이 검토되어야 마땅하다.
요컨대 물가압력과 투자활동의 저조, 그리고 경제 성장력의 사이에 부자연한 현상이 엿보인다는 것이며 그것이 어떤 인과관계에 있는가를 먼저 확실히 규명해야만 올해 경제정책 운영을 보다 합리화 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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