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전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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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내 ×기업의 김 부장은 9시에 서울본사 사무실에 출근하여 간부 회의에 참석한 다음 역으로 달려갔다. 부산에서 있을 지사장들과의 오찬회를 주재하기 위해서다.
꿈이 아니다. 80년대에는 시속2백㎞의 초특급 전철이 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1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시속 2백㎞가 넘는 열차는 세계에서도 그리 많지는 않다. 미국에서 제일 빠른 철도는「뉴요크」「워싱턴」간을 달리는「메트로라이너」.
그 최고 속도는 시속2백58㎞이지만, 보통은 평균시속 1백45㎞로 달린다.
아직까지 세계 기록으로는 지난 55년에「프랑스」국철이 세운 시속3백31㎞가 최고다. 그런「프랑스」의 자랑거리인「카피톨」호도「파리」「툴르즈」간을 시속 2백㎞로 달리고 있다.
서독 국철도 지난 65년에 주요도시 사이를 최고 시속2백㎞로 달리는 특급노선 건설에 착공했다.
한편 영국에서는 시속2백50㎞의「터보·트레인」이「런던」과「도버」및「맨치스터」사이를 운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초고속 열차가 선을 보일 무렵에는 혹은「프랑스」나 미국에서는 시속3백㎞가 넘는 열차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이미「프랑스」의「아에로·프랑」사는 시속 4백㎞를 목표로 하는 초고속열차의 운전시험을 지난 69년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것은「제트·엔진」을 단 일종의 공중열차이다. 한편 미국의 MIT공과대학에서도 시속 4백 내지 5백㎞의 열차를 개발 중에 있다.
미국의 전 인구의 20%는 동부의「보스턴」과「워싱턴」사이에 밀집되어 있다. 따라서 80년대에는 이 사이를 2시간 내에 달리는 육상 교통기관이 절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시속2백10㎞의 신간선으로 전국 교통망을 정비한 일본에서는「로키트」열차의 실험도 진행중이라 한다. 최고 2천5백㎞로 달릴 수 있는 이 열차가 성공되는 날이면 동경에서 대판까지 30분이면 충분하다.
이렇게 각국이 저마다 철도고속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는 까닭이 있다.
우선 아무리 항공기가 빠르다 해도 도심지에서 공항까지 가는데 너무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 또 사고의 8할이나 차지하는 이 착륙시의 사고를 불방지할 길이 없다. 기후에 좌우되는 수도 많다. 더우기 1일 생활권의 확대에 따라 교통수단의 고속화는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철도만 빨라져도 소용은 없다. 역에서 사무실까지 가는 시간이 부산에서 서울 가는 시간과 맞먹어도 탈이다. 초고속 전철의 등장에 앞서 여기 어울리는 새 도시의「이미지」도 바뀌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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