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의 대소 인권압력 그 강도와 한계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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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거기간 중 외국의 인권문제를 외교정책의 근간으로 삼겠다던 「카터」 미 대통령의 공약은 취임 후 한 달도 채 못되어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소련의 반체제인사들에 대한 탄압을 둘러싼 미소사이의 외교적 공방은 앞으로 이 문제에 관한 「카터」행정부의 기본적인 입장과 한계를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데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카터」대통령은 선거유세 중 『미국은 동구의 자유를 고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해야한다』고 공약했었다. 이 『미국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이란 미국과 소련의 기본적 관계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의 관심표명, 정신적 지원이라는 것이 최근의 미소 인권공방에서 윤곽으로 드러났다.
이는 「카터」대통령이 지난 8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미소의 관계개선을 해침이 없이 필요할 때마다 인권문제에 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데서도 확연해진다. 이러한 그의 입장은 『인권문제를 다른 문제와 결부시키거나 군대를 끌고 들어가서 소련정부의 구조를 변경시키는데 이용할 의향이 없다』는 말에서도 뒷받침된다. 「카터」대통령은 이를 미소간의 협상에서 「키신저」전 국무장관이 사용했던 소위 「연관개념」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말로 설명했다. 이는 소련과의 교섭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결부시켜 온 종래의 정책을 포기한다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해 「카터」대통령의 의도는 인권문제를 다른 문제와의 흥정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데 있다. 「키신저」외교 시절에는 대소무역·기술제공 등의 문제를 소련안 「유대」인 이주문제라든가 월맹에 대한 소련의 지원제한 등과의 흥정대상으로 삼았었다. 인권문제 역시 이러한 틀에서 다루어져 매우 소극적이었다. 전략무기제한회담(SALT)과 같은 중요한 교섭에서 소련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인권문제를 희생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양국관계개선을 해치지 않는 테두리 안에서』 『소련체제를 건드리지 않고』인권운동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결국 실질적인 행동보다는 원칙과 도덕적인 차원에서 압력을 가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카터」행정부가 이 차원을 넘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빚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소련이 지나친 압력을 받아 국내는 물론 동구권에 대한 통제가 허술해진다고 느끼게 되면 강경파들의 입김으로 SALT를 비롯한 다른 부문에서의 관계개선이 지연되리라는 것은 쉽사리 예상할 수 있다(뉴스위크지). 실제로 「포드」행정부 시절에 소련내 유대인문제와 대미무역을 연관시켰다가 두 가지 모두 정체상태에 빠져버렸던 전례도 있다.
그런 반면 소련이 대미협상에서 인권문제에 양보 없이도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하게될 경우도 상정해 볼 수 있다. 오히려 역으로 소련이 SALT등을 인권문제와 결부시켜 미국으로 하여금 인권 주장을 약화시키려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워싱턴·포스트지).
이런 뜻에서 미소의 인권공방은 이 문제뿐 아니라 앞으로 양국의 전반적인 외교교섭의 기준과 한계를 실정하는 중요한 시험기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 <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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