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서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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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수도를 영어로는「캐피털」혹은「메트로폴리스」라고 한다. 「캐피털」이란 말은「카푸트」(Caput)에서 유래, 머리라는 뜻이다. 「메트로폴리스」는「어머니」(Meter)라는 말과 도시(polis)라는 말의 합성어로「모도시」라는 뜻이다.
근대는 세계적으로 도시화현상이 일어나면서 이 두 가지 단어는 점차 그 뜻을 달리 하기 시작했다. 규모로서 큰 도시는「메트로폴리스」로, 행정수도의 기능을 갖는 도시는「캐피털」로 쓰이고 있다. 가령 미국의「워싱턴」DC시는 행정수도로서「캐피털」이라고 부른다. 「뉴요크」시는「워싱턴」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규모나 기능이 방대하다. 따라서 「메트로폴리턴」이라고 한다.
이런 경우는 미국 아닌 다른 외국에도 얼마든지 있다. 서독의 연방수도「본」은「라인」강변에 있는 한적한 소도시였다. 악성「베토벤」의 고향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인구나 도시의 경관으로 보아 한촌을 벗어날 정도다. 한때는 국제정치의 중요무대로 각광을 받았지만 정치이외의 기능으로는 보잘것없다. 그러다 서독은 전통적인 수도「베를린」을 놓아두고 1949년에 이어「본」을 행정수도로 삼았다. 안보와 실무를 위한 행정수도가 다로 필요했던 때문이다.
인조수도로는「브라질」의「브라질리아」가 대표적인 경우다.
1956년「유셀리노·쿠비체크」대통령은 헌법을 고치고 수도를「리오데자네이로」에서 「브라질리아」로 옮길 계획을 세웠다. 「브라질리아」라는 명칭부터 도시계획에 이르기까지 백지에서 시작되었다. 또한 그것은 대륙을 횡단(9백40km거리)하는 대 역사였다. 그러나 「브라질」은 대서양의 한쪽 끝에 위치한 수도보다는 태평양에 가깝고, 또 중심지인 내륙에 수도를 갖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했다.
한편 구 수도집중인구를 훌훌 털어 버리려는 의도도 없지 않았다.
이 새로운 수도는 국제설계「콩쿠르」에서 1등한「브라질」의 건축가「루시오·코스타」의 작품에 따라 1957년부터 건설에 착수되었다. 불과 3년만에 그 윤곽공사가 끝나 천도가 이루어졌다. 구 수도와 비슷한 면적의 황야에 인조수도를 세운 것이다. 인구는 불과 27만 명. 그러나 행정·정치·문화의 중심지로서는 아직도「리오데자네이로」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이 천도이후 극심한「인플레이션」으로 경제적인 곤경을 치른 것은 교훈적이다. 실질국민소득은 1962년부터 정체를 면치 못했다. 천도의 경제적인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의 수도는 점차 행정만의 기능을 발휘하는 하나의「상징도시」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수도는 다만 한 나라의「심벌」도시일 뿐, 그 규모나 경제적·문화적 기능은 다른 도시가 훨씬 더 활발한 편이다.
우리나라도 이젠 하나에서 열까지 서울이 모든 기능을 독점하던「서울공화국」의 시대에선 벗어나야 할 것 같다. 문제는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어떻게 찾느냐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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