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산업 스파이 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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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의 「나까노」(중야)라고 하면 일제의 육군 첩보양성소가 연상되는데 지금은 「산업스파이」학교가 되어 성황을 이루고 있다.
「나까노」구의 한 잡거「빌딩」에 있는 「탐정학교」가 그것인데 8년 전 생겨 주로 흥신소 직원·경비원 등을 길러 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보시대를 맞아 기업간에 정보 쟁탈전이 치열해지자 기업들은 사원을 이곳에 보내 전문적인 산업「스파이」교육을 받게 함으로써 이 「탐정학교」는 갑자기 각광을 받게 된 것.
설립자로 교장직을 맡고있는 K씨(55)에 따르면 수강생 가운데 절반 이상이 유명 기업에서 조사·영업부문에 종사하고 있는 과장급들이라는 것.
3개월 「코스」이며 수강과목은 미행·변장술·엿듣기·기밀문서 빼는 수법·회계학·부기 등인데 수강료는 입학금 포함 해 4만 8천「엥」으로 회사측이 부담한다고.
수강생들은 모두 가명으로 신청해 각자의 신분을 철저히 감추고 있다는게 K씨의 이야기다.
일본에서 산업「스파이」의 실태가 사건으로 표면화 된 것 중에 유명한 것은 지난 71년의 이른바 『일경「마크로우힐」사건』.
이 사건은 경제 정보 잡지사인 「일경 마크로우힐」이 10만 명의 구독자 명단을 기록해 둔 전산기의 「테이프」가 경쟁회사에 넘어간 데서 발단됐다.
이 잡지사는 다시 구독자 명단 작성을 하는데 3억「엥」이나 들어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이처럼 기업간의 정보 쟁탈전이 치열해지자 나타난 것이 「정보통」이라는 신종직업.
이들은 어떤 형태로든 기업에 침투하여 경쟁회사가 원하는 정보를 물어다 주고 있는데 1건 당 보수는 최고 5백만「엥」까지 있다고.
이들의 수법은 우선 목표로 삼은 회사 안의 불만분자를 찾아내 이들에게 접근한 다음 돈과 술로 매수해버리는 작전을 쓰고 있다.
한편 일본 법무성 당국은 기업간의 정보 쟁탈전이 형사문제로 번지고 있는 것을 중시하고 기업비밀을 누설하는 사람은 처벌 할 수 있도록 형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 형법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기업의 중역이나 종사원이 적당한 이유 없이 기업의 생산 방법이나 기술에 관한 비밀을 캐 3자에 누설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엥」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있다.
【동경=김경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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