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무기상에 사기당한 가다피 리비아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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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는20일 「파리」법원은 「리비아」의 「가다피」대통령을 등쳐먹은 무기 사기꾼을 심판대에 올린다.
이 사건은 수차의 중동전이 낳은 부산물이지만 대상무기가 밤에도 대낮같이 볼 수 있는 특수조준경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스타트론」이라고 부르는 이 특수경을 「리비아」군부가 주문한데 대해 「프랑스」의 무기 중개상이 가짜를 만들어 보여준 후 「스위스」의 은행에 있는 「가다피」대통령의 구좌에서 1천5백만 「달러」(약75억원)를 빼내간 것이 사건의 줄거리다.
이 특수 조준경은 미국의 「스미드·웨슨」회사가 개발한 것으로 칠흑 같은 밤에도 눈에 보이지 않은 빛을 잡아 6만배로 확대시켜주는 야광 조준광이다. 이 조준경을 쓰면 아무리 어두운 밤에도 6백m앞의 토끼를 볼 수 있다는 것.
73년10월 중동전 때 「이스라엘」「탱크」부대가 이 조춘경을사용, 「시나이」반도에서 야간전투를 벌어 「이집트」「탱크」수백대를 녹일 수 있었고 더우기 「이집트」군 진지를 야간 돌파, 「수에즈」운하 도하 작전에 성공, 「이집트」군을 혼란 속에 빠뜨리는데 수훈을 세웠다는 것이다. 「가다피」가 이 안경에 눈독을 들인 것은 바로 이때부터였다.
그러나 「가다피」는 미제 「스타트론」올 사는데 그의 반미주의 때문에 난점이 많다. 「리비아」군부는 NATO가맹국이 아닌 「프랑스」만이 「스타트론」을 수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탐지했다.
「리비아」군부는 「미라지」전투기 등 그들의 거래선인 「프랑스」의 「톰슨」CSF와 「마르셸·다소」 항공회사 등과 접촉한 결과 무기중개상인 「레기·몬소」와 「마나마니안」회사의 「조르지·스타르크망」파 「콜로드·뒤몽」동이 취급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가다피」는 「스타르크망」 등에 1차로 74년3월에 3백개의 「스타트론」을 주문했다.
「파리」의 무기중개상 「스타르크망」은 75년10월 1차로 「리비아」군에 1백10개를 보내는데 성공했다. 「리비아」군부는 축제분위기였다.
무기상들은 개당 7천「달러」짜리를 9천1백 「달러」씩 받았으나 「가다피」에겐 값이 문제가 될 수 없었다.
1차 계약이 성공을 거두자 「리비아」군부는 이들에게 다시 3천개를 주문했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프랑스」정부가 「스라트론」을 군사무기로 금수조치를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스타르크망」 등은 미국에서 수입할 수는 있어도 재수출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스타르크망」 등 무기상은 가짜를 만들기로 했다. 「파리」교외 조그만 안경공장 「아니에르」 회사에 부탁, 「알루미늄」에 검정색을 칠하고 무게가 꼭 2.2㎏인 실물과 똑같은 가짜 「스타트론」- 3천개를 만들고 10만 「달러」를 지불했다.
이들은 가짜를 「마드리드」의 유럽 대리점에 보낸 후 「리비아」에 검사를 위한 특사를 보내도록 요청했다.
「리비아」검사관은 가짜를 본 후 정말 속았는지, 「스타르크망」으로부터 뇌물을 받아먹어 선지 진짜임에 틀림없다는 보고를 본국 군부에 타전했다.
이 덕분에 「스타르크망」일당은 「스위스」은행에 예치된 1천5백여만 「달러」를 무사히 빼낼 수 있었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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