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대한민국 창작만화 공모전] 스토리 부문 장려상 '개미' 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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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나 지문 없이 그림과 효과음만으로 표현

새벽녘 아직 날이 밝기 직전의 어스름한 아침 햇살이 풀숲 나무그림자를 뚫고 내리쬐면서 한 개미집에서는 신혼비행을 준비하는 암개미와 수개미들이 조금씩 윤곽을 들어낸다. 개미들은 날이 밝아지면서 조금씩 날갯짓이 빨라지고 몸짓도 격해지기 시작한다. 곧이어 수많은 암개미와 수개미들이 날아오른다. 그리고 이를 기다렸다는 듯 참새들이 날아들며 개미들을 잡아먹기 시작한다. 이런 새들의 습격을 운 좋게 피한 암개미는 다른 운 좋은 수개미와 하늘에서 만난다. 수개미는 암개미의 배를 부여잡고 자신의 배를 암개미의 배에 갖다 대면서 교미를 시도한다 이윽고 교미가 끝난 수컷은 지쳐 떨어져 나가고 이런 식으로 한 마리의 암개미는 하늘에서 수많은 수개미의 정액을 뱃속에 가득 채운 뒤 암컷들은 집을 지을만한 땅을 찾기 위해 계속 비행을 하여 날아간다.

밤늦은 여의도의 한 방송국의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방송국 한쪽 구석에는 자기 또래의 스타를 찾아온 여고생들이 방송국 주변에서 서성대고 있었다. 여학생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스타의 홍보물 등을 들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학생A :“요즘 오빠들이 너무 바쁜 것 같지 않아..?”
여학생B :“맞아...참 새앨범 내니까 정말 바쁜 것 같아 오늘만 해도 스케줄이 5개야..”
여학생C :“그런데 너무 늦다 .. 스케줄 취소 된거 아냐..?”

이때 멀리서 급격하게 달려오는 차 소리가 들린다. 한 대의 황금빛 밴이 달려오고 있었다. 굉장한 브레이크소리와 함께 밴이 쓰러질 듯이 방송국 앞에 선다. 그리고 문이 벌컥 열리고 한 여성이 내린다.

진섭(매니저) :“수지씨 늦었어요. 그래서 좀 서두르자고 했는데...”

여고생들이 수근 된다. 장수지는 키는 170cm정도의 작은 체구에 귀여운 외모 그리고 그 나이에 맞지 않게 길게 자란 머리카락이 특징이였다.그녀는 말끔한 붉은 색 숙녀 정장을 입고 있었다.

여학생A :“어머 장수지 아냐..?”
여학생B :“그래 맞네 요즘 꽤 잘나가지 그 휴대폰 CF하나로 떴잖아?”
여학생C :“맞아 근데 재~”

장수지가 매니저에게 짜증스런 얼굴로 무어라 말하는 것을 보며 여고생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여학생들ABC :“싸가지 없잖아...”

매니져인듯한 그녀보다 작은 키에 마른 체격의 사나이가 곧 그녀를 데리고 방송국 안으로 데리고 사라진다.

방송국 내부 세트에는 오늘 그녀가 참여해야할 오락 쇼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스텝1 :“수지씨..지각 이예요”
수지 :“어쩔 수가 없었어요 제 새 매니저가 아직 길을 잘 몰라서 늦었네요.”
스텝1 :그래요..대본은 읽어봤죠..? 뭐 특별히 대본은 필요 없지만 그래도 진행사항같은 것은 알아두는 게 도움이 되니까요.. 그리고 토크쇼와 함께 병행 할거니까 토크쇼 중간에 간단한 애드립은 해도 괜찮아요.”

수지 :“예 알겠어요.”

그녀의 얼굴이 굳어있는걸 보고 진섭이 다가 와서 그녀에게 말한다.

진섭 :“이게 오늘 마지막 스케줄이에요.. 표정 관리 잘하시고요.”
수지 :“알았어. 넌 신경 쓰지 말고 나가서 기다려.”

진섭 :“그럼 전 밖에서 간단히 먹을 것 사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수지 :“그러던지...”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냥 그녀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는 매니저.

감독 :“자! 그럼 촬영 들어갑니다.”

감독의 지시에 그녀는 성급히 촬영장으로 들어간다.

매니저는 방송국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고 근처의 24시간 편의점에 들러 김밥과 샌드위치를 산서 차로 돌아온다.

그는 차에 기대어서 담배를 피면서 생각한다. 얼마전 까지 수지의 팬이었던 진섭은 얼마전 선배의 소개로 운 좋게 그녀의 매니저가 되었다. 제대로 된 경험도 없는 그를 매니저로 받아들인 것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인 것을 일하기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 진섭도 알게 되었다. 티비에서는 천사처럼 나오는 그녀는 사실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로 그걸 견딜만한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진섭은 수첩을 꺼내서 살펴본다. 그녀의 하루 스케쥴표이다 오전9:00시에는 드라마고정 조연 출연, 11:00시에는 게임 프로그램 게스트 15:00시에는 CF 사진 촬영 및 인터뷰,19:00시부터는 생방송 게스트 참여, 그리고 지금 SBS토크쇼라고 적힌 부분에 X자를 치면서 진섭은 한숨을 내 길게 내 쉰다. 아직도 스케줄은 한 개가 더 남았다.

그리고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진섭이 그녀에게 말을 건다.

“수지씨 스케줄이 너무 많은 것 아닐까요? 조금은 줄이는 게 어떻겠어요?”

수지: “뭐..?무슨 소리야..?”
진섭 :“아뇨 그냥 제가 볼 때 요즘 수지씨가 너무 무리를 하시는 게 아닌가 해서요.”
수지:푸웃!

그녀는 웃음을 참기 힘들다는 듯 한 제스처를 취하더니 말을 계속 잇는다.

수지:잘들어..전에 있던 매니저가 제대로 했으면 너 같은 물정 모르는 초보랑 같이 다니지는 않았을 거야. 그냥 너는 신경 쓰지 말고 차나 잘 몰고 내가 시키는 심부름이나 똑바로해.”

진섭:“예....”
수지:“풋 웃기고 있네 스케줄을 줄여 이 바닥은 얼굴을 비출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곳인데 스케줄을 줄인다고..그건 자기 목을 다는 거나 같아..”

진섭은 아무런 대답 없이 전방을 주시하고 차를 몰았다. 그리고 그 앞에는 검은 실루엣으로 그림자 져 보이는 방송국의 거대한 모습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

자!! 이번 코너는 영화속 명장면!! 나도 한다!! 무비 리플레이 시간입니다. 개그맨 출신인 사회자가 코너를 소개한다.

사회자: “자! 자금 제 옆으로는 요즘 탤런트 계의 잘 나가는 요정 수지양 그리고 드라마 여자의 남자의 고승우씨 그리고 가수 마리나께서 나오셨습니다”

사회자의 열린 소개와 함께 스텝이 녹음한 박수소리와 함성소리를 재생한다. 그 뒤편으로는 카메라 감독을 비롯한 스텝들이 숨죽이고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회자: “자.. 수지양 이 코너 티비로 본적 있어요..? 있겠죠?“

사회자의 느닷없는 질문에 조금은 난감해 하며

수지: “아뇨..요즘은 바빠서 티비를 통 못 봤어요..”
사회자: “하하 요즘 꽤 잘 나가나봐요..?”
수지: “예..쪼금..!!”
사회자: “아니 이런 쪼금 건방진데요? 하하”

그녀의 이런 표정은 카메라를 통해 모니터로 보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평소와 달리 아주 밝고 순수해 보였다..

사회자: “하하 좋아요 오늘 저희들이 다시 재연해야할 영화 바로 터미네이터3입니다. 액션씬이 굉장히 많은데요 출연자 여러분은 열심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진섭은 혼자서 차에 앉아 간단하게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마시면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매니져는 의에 몸을 기대어 앞창문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별은 보이지 않고 단지 네온 가로등의 주황색 불빛이 밤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물들이고 있었다. 그때 그의 차안으로 나방이 들어온다 나방은 들어와서는 빠져나가질 못하고 유리창으로 계속 날아가려고 한다. 진섭은 나방을 손으로 살짝 쥐어서 밖으로 날려 보내준다.

한 아파트건물 앞에서 그녀가 차에서 내린다.

수지: “ 내일 아침에 시간 맞춰서와! 늦을 것 같으면 그냥 차에서 잠을 자고..“
진섭: “아니요 가까이에 제가 사는 자취방이 있습니다.”

수지: “그래? 그럼 그렇게 하던가..”

그녀는 뒤도 안 돌아보고 올라간다.

컴컴한 지하실 문밖으로 차의 시동소리가 멈추더니 누군가가 문을 열 고 내려오기 시작한다. 깜깜한 지하실에는 귀뚜라미와 여치 소리가 낮게 울린다.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불이 켜진다. 백열전구 아래에 길게 늘어진 스위치를 붙잡고 있는 사람은 진섭이다. 주위의 풍경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4-5평 남짓한 자그마한 방에는 흙이 담겨있는 어항이 책장에 가득 담겨져있고 책장에는 많은 책들이 꽂혀 있는데 하나같이 곤충관련 서적이 보인다.

그는 여치들이 들어 있는 우리를 바라보며 말한다.

“다녀왔어..잘놀구들 있었겠지..?”

그는 곤충들에게 사료 같은 먹이를 한줌씩 뿌려주곤 그것을 지켜보며 생각한다.

“하..수지씨의 맘에 들만한 방법이 없을까...?”

그러던 그는 잡지를 펼쳐보다가 차속의 자연 음이라고 소개된 기사를 본다. 사진에는 웨건형 차안에 귀뚜라미 같은 우리를 설치해 다닌다는것이였다.

다음날 아침 다시 그녀의 아파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매니저 차안에는 치륵거리는 여치의 소리가 들린다. 차 뒤쪽 창가에 대나무 살로 만든 듯한 곤충우리에 여치가 한쌍 들어가 있다. 그녀가 아파트 통로에서 나타나 차로 다가와 올라탔다.

수지: “출발해“

차의 시동을 걸면서 매니저가 말한다.

진섭: “아 거기 뒤에 드시라고 샌드위치랑 먹을 것 사 뒀어요..“
수지: “뭐야..? 난 아침엔 아무것도 안 먹는다고 몰라..?”
진섭: “아.. 그러셨어요..전 모르고...”
수지: “나 참...도대체 아는 게 뭐야..?”

그때 차 뒤에서 여치의 치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수지: 뭐야..? 이건..?
진섭: 여치 에요 요즘 도시에서 듣기 힘든 소리죠..제가 집에서 키우던 건데 잡지를 보니까 여치소리를 들으시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더라구요.
수지: 오오..그래..?

진섭은 백미러로 수지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수지는 여치우리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핸드백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작은 에어졸 형식의 살충제였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 안에 들어있는 여치에게 뿌리기 시작했다. 진섭은 놀라서 소리친다.

“아앗!!수지씨..?....“

그녀는 살충제를 다 써버릴 때까지 여치에게 뿌려 대었다 여치는 미친 듯이 뛰며 살려고 했지만 곧 잠잠 해졌다. 차안에는 레몬 향이 가득 찼다. 에어졸의 겉에는 레몬 향이라는 문구가 크게 찍혀져있다.

그를 보며 웃으며 수지는 이야기 한다.

수지: 난 벌레가 싫어....알았어?

다음날 기획사 프러덕션 많은 서류와 포스터가 가득찬 사무실 한켠에서 진섭은 사무실 그녀의 전 매니저와 커피를 마시며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진섭: “그리곤 창문을 내리더니 그 여치우리를 차 밖으로 던져 버렸어요”

기획실의 다른 직원은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더니 말하기 시작했다.

기획실직원: “심하네...전에 있던 매니저도 그런 문제로 잘렸어..

“그전에 수지의 집에 바퀴벌레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게 매니저 탓이라고 마구 우기는 거야. 원래 자기가 담당한 스타의 집에는 매니저는 따라 들어가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 출입을 잘하지 안잖아..? 그래서 회사에서도 매니저를 바꾸라는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그냥 뒀어.. 그녀의 기분을 맞춰 줄만한 사람이 별로 없었거든 웃기는 건 그 이후 매니저와 스케줄 문제로 다툼이 있었는데 그녀가 어떻게 했을 것 같아..?“

진섭: “어떻게 했는데요..?”

직원: “그가 먹으려고 가지고 있던 도시락에 살충제를 몰레 뿌려버렸두었다더군..그 뒤 한동안 매니저 없이 혼자서 다녔는데 역시 불편한지 매니저를 한 명 다시 붙여달라는거야.“

진섭: "그게..."
기획직원: “그게 자네야.."
기획직원: “ 그러니 괜히 찍히지 말고 그냥 시키는 데로 따라 줘 업무에 있어서는 문제 일으키는 것은 없잖아..? 괜히 나처럼 봉급도 작고 재미없는 이런 풀칠이나 하지 말고“

그의 책상 위엔 수많은 서류 봉투들이 쌓여있다.

진섭: 선배 덕에 이일을 시작하긴 했지만 아직도 전 곤충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어요.
기획직원: 뭐..아직 도냐..? 대학 나와서 백수 생활하던 것 도와줬더니 아직도 그런 소리냐..? 그냥 기왕 연예계에서 일하게 된 것 이쪽에서 뼈를 묻어라. 두 가지 병행하면서 뭔가를 한다는 건 어려워.

기획실직원인 진섭의 선배는 다시 한번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시게를 보고 말한다.

기획실 직원: “아..그런데 너 인제 갈 시간 안됐냐..?”
진섭: “앗 ! .그럼 가보겠습니다.”

서두르며 진섭은 뛰어간다. 그의 뒤에다 대고 기획직원이 말한다.

“벌레 조심해” [계속]

스토리 부문 장려상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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