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12년 1개월 10일 동안이나 입원, 서울적십자병원 창설이래 최장기 입원기록을 세운 이흥신씨(41·경기도 양주군 장흥면 삼하리 22)가 지난 20일 퇴원했다.
이씨는 64년 10월10일 교통사고로 요도에 부상을 입고 적십자병원에 입원했었다. 입원 중 설상가상으로 폐결핵·방광결석 등으로 수술을 두 번이나 받은 이씨는 부분적으로 하반신이 마비, 「휠·체어」의 신세를 지게 됐다. 50년에 월남, 입원 당시 29세의 혈혈단신이었던 이씨는 수술비와 입원비를 낼 능력도 없고 여러 합병증으로 몸이 쇠약해져 계속 침대에 누워 있었던 것.
지난 8월부터 이씨는 건강이 점차 회복돼「휠·체어」대신 지팡이를 짚고 걸을 수 있게 됐으나 입원비를 낼 능력도 없고 퇴원 후 갈 곳도 없었다. 이씨를 8년 동안 무료로 치료해 온 비뇨기과장 이기복 박사(45)등 병원관계자는 이씨의 새 출발을 위해 백방으로 취직알선에 나섰다.
그러나 12년의 병상생활에다 불구자가 된 이씨를 받아 줄 직장은 아무 곳도 없었다.
병원 측은 과거 양돈을 해 왔다는 이씨의 말을 듣고 양돈 장 마련을 위해 대한적십자사 등에 보조금지원을 상신, 63만원의 재활 금을 지원 받았다.
이씨는 경기도 양주군 장흥 면에서 양계하는 친척과 뒤늦게 연락돼 양계장 옆에 양돈 장을 설치, 새 보금자리를 폈다.
퇴원 당시 아랫배에「호스」를 끼어 소변을 보았던 이씨는 이제 정상적으로 소변도 보게 되었고 지팡이를 짚고 양돈막사 짓기에 여념이 없다.
병원 측에서는 2차례나 장흥면장을 만나 특별지원을 약속 받았고 퇴원 후 정기적으로 진찰을 받을 수 있는 길도 만들어 놓았다.
이 과장 등은 병원식당에서 나오는 찌꺼기 음식을 이씨의 양돈 장에 보내 주기로 하고 6개월 분의 약까지 마련해 주었다.
이씨가 지난 3년 동안 써 온 입원비만도 1천여 만원이 넘으며 10여 년의 입원생활에 1억 여 원의 비용이 들었다는 것. <문창극 기자>문창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