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무엇이 문제인가-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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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최근 많은 대학이 도서관을 신축하거나 신축을 계획하고 도서구입비도 2∼3년 사이에 상당히 증액되는 경향이 있더군요. 이처럼 여러면에서 개선되고 있지만 도서관이 학술정보를 교수·학생에게 「서비스」하기 보다는 아직도 수험 공부하는 곳으로 대부분 이용되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오=저희 학교의 경우도 그런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만 최근 도서구입비의 증액과 함께 학술잡지실을 종합, 개설하면서 학생들의 이용도는 질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읍니다. 2학기 들어서는 졸업논문과 관련, 4학년학생들이 특히 많이 붐비고 있읍니다.
김=고대의 경우도 수험생이 많은 것은 비슷합니다. 그러나 도서관이 시험 공부하는 곳이 아닌 학술정보수집하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사서의 자질향상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서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외국의 경우처럼 유능한 사서가 아직 나오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유능한 사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처우개선이 조교수수준으로는 향상돼야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재정이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문제지요.
오=최근까지도 도서관 사서라면 학교행정당국에서도 인식이 부족, 무능한 직원을 보내는 곳으로 오해했지요. 따라서 실려있는 사서들도 업무의욕을 잃고…. 현재의 대학도서관이 제대로 움직이려면 정보에 능통한 사람의 확보여부에 달려있다고 생각됩니다. 이점에 있어서는 대학마다 새로운 평가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사서문제와 함께 도서구입비의 부족도 큰 문제로 지적할 수 있읍니다. 금년에 서울대는 1억6천만원의 예산이 특별 배당됐지만 이것은 미국의 2류 주립대학 수준에도 못 미치는 규모입니다. 그 정도가 되려면 적어도 1백20만「달러」(약6억원)가 필요합니다. 현재의 도서구입비로는 세계에서 3류 대학 수준이라고 할까요? 이같은 예산부족에도 불구하고 금년에는 학술정기간행물만은 교수·학생의 요구에 거의 1백% 만족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읍니다. 도서의 경우 자연과학계통은 어느 정도 만족되는데 비해 인문·사회계통은 거의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읍니다.
오=한편 구비돼 있는 도서마저도 문교부제정 「로마」자 표기법의 혼란, 또는 부정확 때문에 학생들이 제대로 이용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도서분류의 새로운 방법고안과 합께, 가령 SEOUL(서울)이 「술」로 발음되는 현행 「로마」자 표기법의 개선도 필요합니다.
김=문교부의 도서관 기준령도 문제가 많습니다. 현재는 1개 학과마다 도서 5천종, 정기간행물 5종으로 규정하고 있읍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대학이 양만 채우는데 급급, 수십년 묵은 사화까지도 쌓아 두고 있어 그 질이 형편없지요. 5종의 정기간행물은 세계적으로 쏟아지는 각 학문분야의 잡지숫자에 비하면 너무도 보잘것없는 숫자지요.
이=저도 동감입니다만 출판되는 도서의 숫자가 방대한데 비해 서지학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은 전근대적이지요. 서울대학교는 구입된 책1권을 완전히 정리하는데 1시간쯤 걸립니다. 이런 수준으로는 예산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소화할 수 없지요. 자료를 자동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컴퓨터」를 이용한 「오토메이션」화가 바람직합니다. 이와 함께 책의 형태가 아닌 자료(「마이크로필름」·음향자료 등)도 도서관이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할 것 같습니다.
오=우리나라 실정에서 원활한 도서의 수급과 정보유통을 활발하게 하기 위해서는 대학마다 기본도서를 갖춘 후 특색 있는 도서를 중점적으로 구입, 상호보완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 전체대학도서관의 보유목록도 정리·분류하고….
김=그밖에도 책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서는 외서 수입때 모든 책에 예외 없이 부과되는 세금도 면제되었으면 좋겠읍니다. 최근 고대에서 자유중국의 한·유지로부터 1만「달러」상당의 도서를 기증 받은 일이 있었읍니다. 통관할 때 세금을 물고 찾아왔는데, 기증한 사람도 기가 막혀 하더군요
오=구입된 도서가 잘 이용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기본도서에 한해서는 개가식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에는 책의 분실과 훼손을 우려, 도서관이 박물관처럼 「보관」에만 힘썼으나 지금부터는 「활용」위주로 도서관자체의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김=끝으로 도서의 활발한 이용을 위해 교수와 학생의 협조가 절대적인 열쇠입니다. 대학마다 과제도서를 선정 구비해 놓고 있지만 교수가 강의를 통해 과제도서를 별로 이용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외국대학의 경우는 「어사인먼트·시스팀」이 아주 엄격합니다.
이=근래 면학분위기조성·졸업논문제출의 의무화 등으로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률이 질적으로 향상되고 있읍니다. 연구·정보수집 등 종합적인 도서관의 능력과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거듭 말씀드립니다만 현재보다 도서비가 증액되고 수준 높은 사서의 확보가 절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정리=임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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