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살 빠르고 20cm 앞 안 보여 … 공기 주입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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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7일 진도 앞바다는 사납게 출렁였다. 거친 빗줄기가 종일 바다를 뒤흔들었다. 이날 오전 7시30분쯤 목포해경 소속 고속정을 타고 사고 해역으로 나갔다.

 사고 해역에 도착한 건 9시쯤이었다. 기상청은 18일 오전까지 진도 일대에 최고 40㎜의 비가 내릴 것이라 예고한 상태였다. 침몰한 세월호의 뱃머리가 희미하게 들어왔다.

  침몰한 세월호 주변으로 해군의 독도함·청해진함 등과 해경 구조 선박, 민간 어선 등 169척의 구조용 배가 몰려들었다. 고무보트에선 해난구조대(SSU)와 특수전 전단(UDT/SEAL) 소속 구조요원들이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이들은 보트마다 4~5명씩 짝을 지어 교대로 바닷속을 수색하고 돌아왔다.

 바닷속을 수색하고 배 위로 돌아온 구조요원과 잠수부들은 하나같이 안타까운 표정이었다. 이들은 빈손으로 올라온 게 죄스러운 듯 담요를 몸에 두른 채 바다 쪽을 멍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사고 해역에는 실종자 가족을 태운 여객선도 있었다. 전날 아이들을 삼켜버린 무자비한 바다 위에서 가족들은 통곡했다.

 “○○아! 들려? 거기 있으면 대답 좀 해봐. 살아 있는 거지?”

 “겁먹지 말고 조금만 있어. 엄마가 어떻게든 구해줄게.”

 고속정 계기판에는 사고 해역의 수심이 40.6m라고 적혀 있었다. 수온은 10~12도로 예상됐다. 해경 관계자는 “바다에 빠질 경우 저체온증으로 1시간만 지나도 사망할 수 있는 온도”라고 말했다. 풍속은 초속 7~12m로 가만히 서서 몸을 지탱하기 힘들 정도였다. 강풍 탓에 사람이 빨려들어갈 정도로 유속도 빨랐다.

 실제로 이날 일부 민간 잠수부들이 세월호 수색을 하던 중 바닷물에 휩쓸리기도 했다. 이날 바닷속은 수중 가시거리가 20㎝에 불과할 정도로 탁했다. 이 때문에 세월호에 공기를 주입하려던 계획도 실패했다. 계획대로라면 잠수요원들이 세월호에 진입해 구조 작업에 투입된 함정들에 설치된 에어컴프레서(공기압축기)를 이용해 공기를 넣어줘야 했다. 해경 관계자는 “공기를 주입하려면 선체 아래로 깊이 잠수해 선실에 직접 들어가야 하는데 흐린 시야와 빠른 조류 때문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주변에는 오렌지색 해상 펜스가 둥그렇게 쳐져 있었다. 이 펜스에서 단원고 여학생의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가방이 발견됐다. 가방에는 학교 명찰과 MP3 플레이어, 이어폰, 교통카드, 핸드크림이 들어 있었다.

정강현 기자, 진도=장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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