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문단의 화제 바보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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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알렝·로브그리에」·「미셸·뷔토르」와 함께「누보·로망」의 기수인「나탈리·사로트」가 4년간의 침묵을 깨고『바보들이 말한다』를 내놓아 찬사를 받고있다. 1백92「페이지」짜리 이 소설은「프랑스」현대문학의 새로운 희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누보·로망」의 보험은「체홉」이나「제임즈·조이스」또는「사르트르」가 추구해 왔던 의식의 흐름의 탐구일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존재하는 내면의 해명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상식적인 해석이다. 이점에서 보면「사로트」의 신작은 내면의 구체적 파악에 집요한 노력을 기울인 작품이다. 즉 현대란 혼돈의 세계이며 이속의 생활이란 원형 껍질의 동요, 말없는 경쟁임을 의미한다. 이생의 틈을 메우고 상처를 꿰매며 고뇌를 완화시켜주는…그러한 작업으로서 일단「사로트」의,『바보들……』은 획기적인 평가를 받는다.
「시몬·드·보봐르」와는 다른 측면에서 여류작가의 쌍벽을 이루고 있는「사로트」는 결국 외형에서 내면으로 파고들어 근원적인 핵을 해명했다고 암시한다. 그래서「바보들」이란 말은 하나의 상징적인 탄압을 통한 인간의 파괴를 의미하며 이를 통해 참(진)과 거짓을 혼동시킴으로써 혼란 속에 빠져 들어가는 형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바보」가 갖는 의미야 어떻든 간에 이 작품을 읽는 과정에서는 문체의 시적 아름다움으로 인해 감동하기 마련. 할머니와의 대화가 중심이 된 이 작품에서「바보」에 대한 구명이 집요할 뿐 작가의 변이 없으면「파시즘」이니 뭐니 하는 정치성을 엿볼 수조차 없을 만큼 모든 것이 상징화 되어있다. 『언제나처럼 나의「스타일」대로 썼다. 순수한 상태에서 감각적 기술에 의해 추구된 의미로서의 시』라는 작가의 말을 빌 것도 없이「누보·로망」의 결산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은 문체다. 그래서「르·몽드」지가 사로트의 현대문학에 대한 결정적인 공헌은 보복의 질서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 앞의 절제에 대한 일반적 호평에 있다』고 평했는지도 모른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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