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전 이대로 좋은가|출품 강용당한 일선교사들은 교재상에 작품을 위탁하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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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제22회 전국과학전람회 심사위원회(위원장 윤세원)는 17일 올해 과학전수상자를 발표하면서 『예년에 비해 현저히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이 출품 된게 특징』이라는 매년 똑 같은 심사평을 되풀이했다.
올해 출품건수는 총2백2점, 그 중 1백81점이 대롱령상을 비롯해서 입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출품작의 수준과 질이 매년 향상되고 있다는 심사위원들의 말과는 달리 많은 입선작들이 매년 비슷비슷하고 참가자들의 수준도 해마다 떨어지는 감이 없지 않다는 평도 있다.
올해로써 22번째 얼리는 전국과학전람회의 애당초 목적은 과학기술의 진흥과 국민생활의 과학화를 꾀한다는 것. 그러나 대학이나 과학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 한 채 매년 참여의 폭이 즐어 들다가 이젠 학생들과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의 과학전람회로 변모하고만 느낌이다. 그래서 당국에서는 참여의 폭을 넓히고 수준 높고 창의적인 작품을 유인하기 위해 대통령상의 상금을 1백만 원에서 1백50만 원으로, 국무총리상금 50만 원을 l백만 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특히 상공인·농어민·직장인·가정주부 등 일반인의 출품을 권장하기 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일반특상(상금 50만원)부문을 신설하고 우수상 3점·장려상 6점등을 마련했다.
그러나 과학자나 대학·일반인의 무관심은 여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금 5백80만원을 포함해 7백여만원의 경비를 쓰고있는 과학전이 질적 향상을 보지 못 한 채 이렇듯 국민전체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있는 것은 당국으로 하여금 과학전의 의의를 검토하도록 촉구한다.
과거 수년동안 과학전의 심사를 맡았던 서울대의C박사는『과학전이 고교이하의 교사와 학생위주의 출품도 문제지만 이 때문에 일선 과학교사에게 주어지는 정신적·육체적인 부담은 과학교육에 새로운 문젯점을 제기하고있다』 고 말하고 『형식적이고 전시효과 적인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과학전이 과학진홍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개탄한다.
실제로 과학전 때문에 교사들이 겪는 고충은 말 할 수없이 크다.
서울H여중의 유모교사는 주34시간씩을 수업해야 하는 데다 과학실험준비를 하기도 바쁜 처지에 과학전 출품작까지 제작해야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일이라고 말한다.
또 K고교의 손모교사는 과학전 출품자로 지명되는 해에는 수업을 제대로 하는 날이 별로 없으며 방학과 휴일은 꼬박 실험실에서 지내게 된다면서 이 때문에 과학교사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C교수는 시간에 쫓기는 과학교사는 과학교재 상에 작품을 위탁하거나 교수나 일선기술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하고 이런 과학전이 무슨 의의가 있겠느냐고 과학전의개선을 촉구한다.
또 같은 심사위원을 지냈던 서울대의 K교수도 학생작품이라고 하지만 과연 순수한 학생작품은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하고 과거의 예로 보아 3∼4일의 심사기간으로는 제대로의 심사가 불가능하다고. 과학전을 주관하는 족에서도 우수작품에 대해 교재 또는 산업화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행사를 위한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며 학교 또는 교육위원회간의 지나친 경쟁위주의 과학전도 재고돼야 할 것 이라는게 과학교육계의 의견이다.<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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