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맑고 아름다우면 만상이 모두 깨끗이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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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원각경 보안장에 이런 말이 씌어져 있다.
『일심청정고 다심청정내지 십방세계청정』(한마음이 깨끗하면 많은 마음이 깨끗하고 전세계가 깨끗하다는 뜻).
맑고 깨끗한 유리창문으로 내다보면 거기에 비추어지는 만상이 모두 깨끗하게 보이지만 흐리고 더럽고 어두운 창문으로 내다보면 모두가 흐리고 더럽게만 보이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내 마음이 맑고 아름다우면 객관적 대상이 전부 맑고 아름다워 진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또 화엄경을 보면 이런 글이 있다.
『일절유심조…』
모든 것은 오직 마음 하나에서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선·악·미·추의 기준을 도대체 어디에 두고 있는 것인지 조용히 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길다 짧다, 크다 작다는 것도 그 엄격한 불변의 기준이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의 사고와 관념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가설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이러한 것들에 얽매여 자연히 욕심이 생겨지고, 진심이 생겨지고, 치심이 생겨서 마음이 더러워지고 더러워진 그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보게 되므로 또한 세상이 더러워지는 것이다.
오늘의 사회현상을 가리켜 지극히 혼탁하다고 개탄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이것은 사회현상이 혼탁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마음이 혼탁하기 때문인 것이다.
때묻은 안경을 쓰고 어찌 맑게 보이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오늘의 우리사회는 무엇보다도 청심 작업을 시급히 전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청심 작업이란 모두가 자기의 위치를 바로 보고 자기의 분수를 지키며 정도에 지나치는 욕심을 억제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나는 남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아름다운 마음이 충만 되고, 무엇인가 한가지라도 세상에 공헌할 수 있는 값있는 일을 해보겠다는 결심을 가지기만 한다면 이 세상은 평화와 행복이 가득 찰 것이다.
자기가 자기를 반성하고 회 오 하고 참회할 줄 모르는, 수련 없는 인간들에겐 결코 투쟁이 끊어지지 않을 것이며 행복이 찾아오지 않는 법이다.

<필자소개>
▲41세·경남 함양 출생 ▲54년 구례·화엄사에서 득도 ▲72년 동국대행정대학원 수료 ▲60년 법왕사 대 교과 졸업 ▲법왕 사·불국사 승려 ▲71년 경주분황사 주지 ▲75년 조계종 총무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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