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암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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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는 암 때문이 아니라 굶어서 죽는다는 말이 있다. 면역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암세포를 사멸시키기 위해 쓰는 항암치료제에 든 독한 성분들이 정상세포까지 파괴한다. 식욕이 떨어져 영양분 섭취가 제대로 안 되고, 체력이 저하돼 신체균형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암 치료에 있어 한의학은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항암치료로 인해 손상된 신체를 회복하고 몸 상태를 조절하는 것이다.

 한방에서 암 치료의 목적은 기존 항암치료와 병행해 암으로 지쳐 있는 신체의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하나통합한의원에서 개발한 약이 ‘티버스터’다. 티버스터는 옻나무 추출 성분인 우르시올·비소 같은 다섯 가지 한약재를 법제 과정을 거쳐 표준화한 한약이다. 법제는 한약재를 볶거나 찌면서 약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다.

 티버스터를 활용한 치료는 신체의 면역력과 체력을 끌어올려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 이를 통해 2차 항암치료를 보다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다. 개인 체질에 따라 식생활·운동·약침·뜸 등을 함께 처방한다. 한방에서 1차 목표는 암이 악화되는 걸 멈추게 하는 것이다. 암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 즉 식욕 부진이라든가 통증 같은 증상을 완화해 줄 수 있다.

 본원에서는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티버스터 치료를 받은 암환자 20명의 치료 전후를 비교했다. 대장암·위암·전립선암·폐암 등 다양한 암 종류와 병기(병의 경과)를 포함시켰으며, 한의원 단독치료 사례만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한방 단독치료를 1년 이상 시행한 후 관해평가에서 36% 이상이 안정 상태(SD)를 보였다. 관해평가란 암 치료 전과 후의 신체 검진, 혈액·방사선 검사 등으로 치료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다. 안전 상태가 나왔다는 건 치료 전 암 크기를 100으로 봤을 때 치료 후에는 50~125 수준(25% 미만 증가 혹은 50% 미만 감소)이라는 의미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은 티버스터를 평균 9.3개월 복용했다. 이 기간에 실시한 간기능 검사의 수치도 안정적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한약을 쓰면 간이 나빠진다는 인식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서는 한계도 있었다. 암 종류별이나 병기별로 나눠 분석하기에 사례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또 관해평가의 진단 기준으로 종양의 크기 변화를 판단하는 영상의학적 진단은 시행하지 않았다. 대신 혈액검사를 통한 종양표지자(암세포에 반응해 생성·증가하는 물질) 수치를 사용했다. 영상의학적으로 종양이 사라졌더라도 종양표지자가 정상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면 완전 관해로 판정할 수 없으므로 암 치료에 있어서는 의미 있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독성이 적을 것 같은 한약을 기반으로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한방 암 면역치료도 환자 특성에 맞는 근거 중심의 의학기반치료가 중요하다.

<하나통합한의원 박상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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