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소리] 복간된 '출판저널' 부실 원고 투성이 정보 신뢰성에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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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은 우리 시대의 대표적 서평지로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수익성에 한계가 있어 항상 공익자금의 지원을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결국 발행 주체를 출판인금고에서 대한출판문화협회로 바꾸고 긴 준비를 거쳐 지난 2월에 월간지 형태로 재창간됐다.

서평지는 정보 과잉시대에 독자들이 언제나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사전처럼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효용성이 커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1년에 4만종 가까이 나오는 책 중에서 가치 있는 책의 확실한 선택, 책 정보의 충실한 전달, 칭찬과 비판의 적절한 안배 등이 이뤄져야 한다.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정보 생산 과정의 투명성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왜 그 정보가 생산됐는가가 이해되고 서평자의 높은 안목이 인정될 때에야 생산된 정보의 신빙성이 커지게 마련이다.

그 점은 신문 북섹션에도 적용할 수 있는 잣대여야 하는데, 새롭게 탄생한 '출판저널'은 복간호에서 "원칙이나 소신 없이 시장의 논리에 따라 휘둘리는 서평 형태의 근본을 바꾸겠다"고 선언해 기대감을 갖게 했다. 또 "공신력을 담보하고 스스로의 역할과 권위를 정립하기 위한" 최선의 판단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그런 의지에도 불구하고 결국 '출판저널'은 제멋에 취해 만드는 중.고교 교지 이상의 것이 되지 못하고 말았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3월호의 경우, 한 기자는 모두 21꼭지의 기사를 썼다. 그 중 13개는 책 리뷰 기사며 리뷰 대상이 된 책은 모두 29권이다.

그밖에 작가.저자.디자이너.출판사.서점에 대한 인터뷰 혹은 탐방 기사가 각 한 꼭지, 서점인들 대담기사 정리, 출판 및 인쇄진흥법과 e-북에 대한 기사 등이다. 인터뷰나 탐방 기사를 쓰기 위해선 대상자의 책을 읽어야만 가능할 것인데 언급되는 책만도 적지 않다.

논란의 여지없이 이것은 이미 한 개인의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출판 및 인쇄진흥법에서 규정한 변형 도서 정가제에 대해서는 평범한 독자의 의문 제기밖에 되지 못하고 있고, e-북에 대한 소개기사는 초보자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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