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제 개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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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들어 북괴는 심각한 외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을 비롯한 서방 제국에 대한 대외 채무를 제때에 상환 못해 국제적인 신용 실추는 물론 불실 부도자의 낙인이 찍힐 형편에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북괴로부터의 무역 대전 미수금 회수에 실패함으로써 북괴를 사고 국으로 규정, 대 북괴 교역을 재검토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를 계기로 북괴의 경제·외환 사정이 어떤지를 「일본무역진흥회」의 조사 자료를 통해 살펴본다. 일본무역진흥회는 일본의 대외무역과 관련, 세계 시장 정보를 널리 조사·분석하는 기관으로서 우리나라의 무역진흥공사(KOTRA)와 같은 성격이다.(편집자 주)
북괴는 71년부터 시작된 6개년 계획을 1년 초과 달성하기 위해 심한 무리를 한 결과 서방 제국으로부터 과도한 수입을 했고 이 때문에 무역수지의 악화와 지불 연체 사태 등을 빚고 있다. 이는 앞으로의 경제 건설에 「브레이크」가 될 것 같다.
북괴는 중소 관계가 악화한 이래 자주 독립 노선에 의한 경제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공식적으론 발표되고 있지만 노동력·원재료·공업기술·자금 부족 등의 장애 때문에 경제 건설이 반드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려운 것 같다.
북괴의 대외무역은 자세한 통계가 발표되지 않기 때문에 서방측의 통계에 의해 유추하는 수밖에 없는데 71년이래 교역량이 크게 늘어나 74년에 그 규모가 16억∼18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무역수지는 심한 역조가 누증되고 있다. 즉 72년이래 의욕적인 공업화를 위한 기계 「플랜트」의 수입이 급격히 늘어난 대신 수출은 세계적인 불황 및 가격 하락에 의해 수입에 비례한 만큼 증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74년의 무역 적자는 5억∼6억「달러」이며 이월분을 합한 소련 및 서방 제국에의 적자 누계 액은 약13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공산주의 국가에선 공통적으로 서방 국가와의 교역은 부차적인 비중밖에 안 두어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수입을 줄이고 이에 필요한 대전 지불을 위해 수출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북괴는 공업화를 위해 서방의 「플랜트」를 지나치게 수입한 대신 이의 새 대전 지불에 쓰일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광산물 등이 당초 예상 한 것보다 값도 오르지 않고 수출도 늘지 않았기 때문에 수출입 수지가 차질이 난 것으로 분석된다.
북괴는 74년이래 수입 대전을 계속 연체하게 되고 이는 서방 제국의 대 북괴 신용 공여를 규제하는 결과를 빚었다. 때문에 북구를 중심으로 서방측은 더욱 북괴의 대외 지불 능력을 의심하게 되고 서독·「프랑스」에선 수출보험의 인수가 거부되는 사태가 났던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앞으로 북괴의 대외 교역 확대에 지울 수 없는 그늘을 던지게 될 것이다. 실추된 북괴의 신용 회복을 위해선 수출의 확대에 의한 근본적인 무역수지의 개선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괴가「이란」과 무역협정을 맺고 중공과의 경제 협력 관계를 도모하는 것도 이러한 경제적 필요성 때문이라 볼 수 있다. 북괴의 대외 교역은 소련·중공을 주축으로 하는 대 공산권 교역이 전체의80% 이상을 점해 왔지만 72년이래 서방측으로부터의 수입 증가에 의해 비공산권과의 교역이 많아져 74년엔 약5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별로는 소련·일본·중공이 가장 중요한 교역 상대국이다. 그러나 72년부터 서방 제국과의 교역을 늘려 「프랑스」·서독·영국이 주요한 교역 상대국으로 등장했으나 최근의 연체 등 여러 사고 때문에 시발 단계에서 시들고 만 것이다. 대 서방 교역의 시발 단계에서 연체 등 신용 실추 사태가 난 것은 앞으로 북괴의 교역 증대에 두고두고 장애가 될 것이다.<동경〓김경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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