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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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소년들아 대지를 품으라!』미국의 교육자「W·클라크」가 일본의 어느 학교 졸업식에서 한 유명한 말이다. 대지를 품지 않은 소년은 뿌리 없는 나무와 같다. 더 푸르러 질 수도 없으며 풍파를 이겨낼 수도 없다.
구미의 국민교생들을 보면 공부를 하러 학교에 가는지 운동을 하러 가는지 분간할 수가 없다. 시간표의 절반쯤은 뛰고 노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논다 고는 하지만 그것은 몸과 정신의 단련을 위한「칠판 없는 수업」이다.
아이들의 자랑거리도 시험성적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어느 종목의「스포츠」를 좋아한 다는 것을 본인은 물론 부모들도 스스럼없이 뽐낸다. 유명인의 경력이나「프로필」을 보아도 거의 예외가 없다. 학교시절의 명성으로는 성적에 앞서 무슨 「스포츠」선수였다는 것을 당당하게 내세운다.
「스포츠」는 인기나 승부를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의 본질은 건강이다.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라는 말은 그런 뜻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일상은「스포츠」와는 너무도 멀리 있다. 학교공부가 끝나면 숙제에 쫓기고, 이것이 끝나면 또 할 일이 따로 있다. 과외 아니면 갖가지「레슨」들의「릴레이」.
그런 교육방식대로라면 우리나라는 벌써「예술의 나라」「석학의 나라」「과학자의 나라」가 되었을 것이다.
매년 눈으로 보는 일이지만, 무슨 체력검정이 있을 때마다 아이들이 철봉에 매달려 발버둥을 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가 말할 수 없다. 게다가 도수 높은 안경까지 낀 어린이가 해사한 얼굴을 하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이웃 일본TV의 어린이「프로」에 등장한 아이들은 넓이 뛰기에서도, 철봉에서도 훨씬 활달해 보였다. 물론 생활환경과 영양상태와도 관계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무거운 책가방과 공부와 강요된 일과에 쫓기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한 요인인 것 같다.
우리의 어린이들도 그야말로 모든 것에서 해방된 공부를 할 수 있다면 성격도, 체격도 씻은 듯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것 같다.
그동안 중학입시의 굴레는 벗겨졌지만 심리적인 위축감만은 아직도 아이들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전국소년체전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의 활달한 기상은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우리 마음을 흐뭇하게 만든다. 그 육신은 1년에 한번뿐인 이 대회의 운동장에서만이 아니라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골목에서도 볼 수 있게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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