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해외 학자 평양회의]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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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회의는 발표 논문의 문구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 두 시간 늦게 시작한 어제와 달리 예정된 시간에 시작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북측 사회과학원 김명조 연구사는 "학술회의는 보통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토론해야 하지만 이번 회의는 국내 정세가 민감한 시기인 만큼 일정 조정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제6차 남북 해외학자 통일회의를 마친 참석자들이 27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평양=변선구 기자]

*** 北참석자들 메모 열중

첫 발표자로 나선 박영철 조국통일연구원 부원장은 '핵 문제' 등 북측 관계자들이 잘 언급하지 않는 단어를 꺼낸 데다 현안에 대해 비교적 확실한 입장을 취해 남측 학자들에게서 '실세'라는 평가를 받았다.

朴부원장은 "항시적으로 긴장상태가 조성되고 전쟁의 위험이 떠도는 가운데서는 남북이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없고, 대화를 해도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가 시종일관 '핵 문제'로 이어지자 회의장에 참석한 북측 사회정치학회 회원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귀를 쫑긋 세운 채 발표 논문을 들었으며 일부 참석자는 깨알같이 메모했다.

북측 반전반핵평화옹호위원회 강정호 연구사는 기자에게 "미국이 '이라크 공격 후 다음번 대상은 북조선'이라며 내놓고 떠들고 있는데 전쟁은 누구에게도 이득을 주지 않으며 오직 평화의 길만이 옳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오전 11시쯤 통일회의를 마친 남측 한국통일포럼 백영철 회장은 폐회사에서 "이틀간 열띤 회의를 통해 민족 공동의 염원인 통일 문제에 대해 남북 양측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백회장은 또 "평화통일을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한 많은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는 것도 느꼈으며 다음 회의는 서울이나 제주도에서 열자"고 제안했다.

*** 송두율씨 "고국 가봤으면"

북측 사회정치학회 강운빈 회장은 폐회사에서 "이번 회의는 학자들 사이에 통일 문제를 깊이 있게 토론하는 자리였으며, 실천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좋은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제주도가 고향인 해외학자 대표 송두율(독일 뮌스터대)교수는 "30여년 동안 한국을 가 보지 못했는데 다음 회의가 서울이나 제주도에서 열려 고국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사항을 밝혔다.

폐회사가 끝나자 남북 해외학자들은 이틀간의 회의가 별 탈 없이 끝난 것을 축하하며 '수고했다'는 말로 서로를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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