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종·문태영, 팀은 피보다 진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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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문태종(LG·오른쪽)과 동생 문태영(모비스)이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사상 첫 형제 대결을 펼친다. 지난해 4강 PO에서는 동생이 형(당시 전자랜드)에게 이겼다. [뉴시스]

문태종(39·LG·1m99㎝)과 문태영(36·모비스·1m94㎝). 한국인 어머니 문성애(58)씨와 주한미군 출신 아버지 토미 스티븐슨(61) 사이에서 태어난 형제다. 꼬맹이 때부터 집 뒤뜰에 설치된 농구대에서 틈만 나면 1대1 경기를 했다.

 ‘뒤뜰 게임’이 커졌다. 2일부터 시작하는 2013~2014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에서 두 사람이 격돌한다. LG 대 모비스, 문태종 대 문태영. 단 한 팀, 한 명의 승자만 허락하는 ‘형제의 난(亂)’이다. 조상현·조동현, 이승준·이동준 등 한국 프로농구에 친형제는 몇 명 있었지만 우승 트로피를 다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형제는 고등학교 이후 같은 리그를 뛴 적이 없다. 유럽·북중미를 누비며 각자 프로농구 선수로 활동하다가 30대에 접어들어서야 ‘어머니의 나라’에서 만났다.

둘 다 포워드지만 경기 스타일은 다르다. 문태종은 외곽 플레이에 능하고 문태영은 골밑 공격을 즐긴다. 슈터 문태종은 전형적인 해결사다. 문태영은 미들슛과 빠른 골밑 돌파가 일품이다.

 한국 무대에서의 활약은 난형난제(難兄難弟)다. 문태영은 데뷔 시즌이었던 2009~2010 득점 1위(21.90점)에 오른 뒤 지난 시즌에 우승 트로피도 들어올렸다. 다섯 시즌 평균 18.34점, 6.9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동생을 따라 2010~2011 시즌부터 뛴 문태종도 평균 15.47점, 4.69리바운드를 기록해 네 시즌 연속 소속팀(전자랜드·LG)의 플레이오프(PO) 진출을 이끌었다. 문태종은 “동생과 한국에서 같이 뛰다 보니 형으로서 비교를 당할 때도 있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어진다”고 했고, 문태영도 “형이 잘 뛰면 나도 더 분발하게 된다. 어렸을 때 1대1 게임을 하면 많이 졌지만 이제는 나도 많이 컸다”고 말했다.

 평소 둘의 우애는 남다르다. 가족끼리 자주 만나고, 경기가 없을 때는 서로의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코트에서는 다르다. 올 시즌 둘의 소속팀이 나란히 선두권을 달려 경쟁이 더 치열했다. 포지션이 같아 맞대결 땐 어김없이 치열한 몸싸움을 벌여야 한다. 지난달 7일 맞대결 때는 형제끼리 몸싸움을 하다 동생 문태영의 손등에 피가 났다. 문태종은 “세게 안 친 것 같은데, 미안하다”고 했다. 둘은 정규리그에서 3승3패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지난해 4강 PO에서 대결했을 때는 동생이 형을 제쳤다. 당시 동생의 모비스는 형의 소속팀 전자랜드에 3전 전승을 거뒀다.

문태영은 “경기를 보러 오실 어머니가 형을 응원할 것 같다”면서도 “형과의 맞대결에 너무 흥분된다. 챔피언은 절대 형에게 내줄 수 없다. 우승 트로피 대신 형과 가족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다.

문태종은 “동생과 챔피언결정전을 하고 싶다는 꿈이 이뤄졌다. 지난 시즌에 태영이가 우승을 했으니 이번엔 내 차례”라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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