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순 저|한국 문학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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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 책은 우선 두가지 대전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첫째, 문학사의 기술 방법에서 순수하게 문학의 범주 안에서 그 가치 기준을 선정하는 것. 둘째, 『양식별의 역사적 숙술』을 문학사 시대 구분의 원리를 삼는 것이다. 이들 두 전제를 앞세우고 있는 이상 장 교수의 『한국 문학사』는 한국 문학사의 방법론에서 적어도 하나의 전환점을 마련하려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전제가 존중되는 한 이 책은 한국 문학사의 획기적 사건이라 부를 만도 한 것이다.
이 두 전제에 버금 하여 저자가 또 하나 강조하고 있는 전제는 『고전 문학과 현대 문학 사이에 구축되어 있던 벽을 없애려는』기도다. 이 세째 전제는 종전에 전적으로 무시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본 저서의 경우에는 고전 문학과 현대 문학을 얼마만큼 유기적으로 밀착시켰느냐 하는 데에서 종래의 문학 사서와는 다른 면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저술 내용에 있어서 본서는 해방 후 거의 반세기의 방대한 양의 정보를 집약적으로 취합하여 그 사이의 학계 동향을 부감 하는 몫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저자의 겸양이 지나쳐 타인의 학설의 망라라는 느낌을 줄 때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젯점이 있다면 양식사라는 귀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식사의 전제로서 존중되어야 할 『개별적 작가와 작품이 뒤로 숨겨진 역사』라는 「이름 없는 역사」는 명제가 소홀하게 다루어진 점을 지적 할 수 있을 듯 하다. 작품의 경개, 작가의 열전적 사실들이 양적으로 적지 않게 기술되어 있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면이 이 책으로 하여금 종래의 국문학 사서들의 전철을 밟고 있는 듯한 인상을 갖게 한 것이라 생각된다.
본 저서는 앞에서 말한 몇가지 전제에 있어 한국 문학사 방법에 새 문제를 모처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그 문제가 철저하게. 그리고 일관되게 추구되어야겠다는 절실한 소망은 국문학 연구에 종사하는 독자들의 것이기도 하고 아울러 저자 자신의 것이어야 하리라 믿는다. 국문학사 기술 방법에 신풍을 일으킨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저가는 국문학자, 서울대 교수.
김렬규 <국문학·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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