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태극「마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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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하늘을 올려보면 안창남이요. 땅을 굽어보면 엄복동….』이런 속요가 30년대에 유행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우리 나라의 유일한 비행사가 안창남이었다. 그리고 엄복동은 가장 빠른 자전거 선수였다.
민족전체가 한창 풀이 죽고, 기가 꺾여 있던 무렵이었다. 자랑거리란 있을 수 없었다. 그런 때에 그래도 한국인이 살아있노라고 기염을 토한 것이 안비행사와 엄 선수였다고 할 수 있다. 노래가 나올 만도 했다.
노래를 부르면서 당시의 한국인들은 태극기를 단 비행기를 타고 안창남이가 세계일주라도 하는 날을 꿈꾸어 봤을 것이다.
지난 한해동안에 태극「마크」의 비행기가 지구를 9백 바퀴를 돌만한 거리를 날았다 한다. 달까지로 쳐도 46번을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다. 한국 유일의 민간항공인 KAL의 지난 한해동안의 총비행시간이 6만5천시간. KAL소속항공기는 「점보·제트」기 3대를 포함하여 25대라니까 하루평균 1백82시간씩 난 셈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를 기쁘게 해주는 것은 지난 한해동안에 국제선에서만 1백20만명의 승객이 태극「마크」의 비행기를 탔다는 사실이다.
화물도 마찬가지다. 지난 한해에 5만4천t의 화물이 한국을 나가고 들어오고 했다한다.
들어오는 화물은 물론 외국산이다. 그러나 나갈 때의 화물은 모두 국산이라고 봐야 옳다.
보낼 화물이 있으니까 비행기도 떠난다. 아무리 정책적이라 해도 텅빈 비행기를 떠나 보낼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 태극「마크」의 노선은 동경·「파리」·「로스앤젤레스」·「방콕」·「싱가포르」·「마닐라」 등 온 세계에 뻗쳐가며 있다.
「메이드·인·코리아」의 상품들이 세계의 구석구석에까지 보급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나라가 잘되면 기업도 늘어난다. 기업이 늘어난다는 것은 또 나라에 그만큼 도움이 된다. 지난 7년 동안의 KAL의 발전은 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물론 아직도 모자라는데는 많다. 태극「마크」의 항공기가 서울을 떠날 때는 만원이라지만 돌아올 때는 텅 비는 수가 많다. 해외에서 선전이 미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서비스」면에서 다른 항공사만 못한 점은 없을 것인가.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내나라 비행기를 타자는 때는 지났다. 태극「마크」를 달았다고 우쭐댈 나이도 지났다. 그것을 더럽히지 않도록 속으로 신경을 쓸 만큼 철들 나이에 이제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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