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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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金=l75년도「노벨」문학회수상자인「몬탈레」가 수상강연에서『현대사회에서시가 가능한가』라고 현대시의 존재에 대해 반문한컷이 생각납니다. 이 말은「유럽」에서 시의 쇠퇴경향을 대변하는 것으로 볼수있는데 이 시대에 시쓰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줍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시란언제나 읽혀지는 것. 읽어서 즐커운 것이어야할것 갈아요. 읽히기 위해서는 지적 유희에 그치지 않는 감성이 필요하겠지요.
박=매달 2백편안팎의많은 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시들이 그러한 관점에서 벗어난, 말하자면 읽히지 않는 시들 같습니다. 그런대로 이달에는 몇몇 작품들이 눈길을 끄는데 어떻게 보셨읍니까.
김=김춘수씨의『이중섭』(문학사상)과『썰매를 타고』(월간문학)가 우선주목을 끌더군요. 『이중섭』은 연작시로서 10번째 작품인데 바다와 게, 아내등의「오브제」를 택하고 그들을 독특한 문맥속에 부여함으로써 일종의 절대시를 시도한 점이 독톡하게 느껴졌읍니다.
박=김광섭씨의『감사하며 헌신하며』(월간중앙)는 원노 시인의 저력을나타낸 작품이었습니다. 기력이 쇠잔해질 때까지시를 쓰겠다는 문학정신이 느껴지는 군요.
허영자씨의『겨울단장』(한국문학)도 인상에 남는 작품이었는데<요괴로히 타오르는 정염의 푸른 불길>같은 귀절은 어색한 느낌이었읍니다.
김=『겨울단장』은 그래도 전체적으로 한 시인이 획득한 한 공간의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령 불순한 것을정화시켜주는 상징으로서 눈(설)을 사용한 예는얼마든지 있지만 그것을「이미지」로 제시한 수법은 특이하며 차분하게 전달되는 것이었읍니다.
박=박성룡씨의『회고전』(문학사상) 은 그와는 대조적인 작품같습니다.
전체적으로「텐션」이없어 느슨한 느낌 인데….
김=그런대로 읽히는 시라그 할수 있었는데 이작품보다는 좀더 평이하게 쓰인『어느 새벽에』(한국문학)를 더 높이사고 싶습니다. 이 작품역시「텐션」이 없어 풀어진듯한 느낌이긴 하지만 이러한 점만 극복되면 완벽한 시가 나올수있을것 같아요. 박성룡씨와 함께『60연대사화집』「멤버」였던 성찬경씨도『송가』(문학사상)『심해어』(한국문학)등 2편을 내놓고 있는데 이작품들에서는 지난날 그의 특징이었던 현학취미가 없어진 대신 평이한말들을 서술적으로 쓰고있는 점이 눈에 띄었읍니다.
朴=신인의 작품으로는 권국명씨의『귀면언』(심상)과 임홍재씨의『맨몸으로 때우기』3편(심상)을 관심깊게 읽었습니다. 「귀면언』은 이따금 서정주류, 금춘수류의 느낌을주는 것이 반감이 가고 전체적으로 토속적이고 칙칙한 분위기로 어두운 느낌을 주지만 읽히는 시로서의 바람직한 것들을대강 갖추그 있는 시라고 할수 있지요. 임홍재씨의 작품들은 아직 미숙한 점이 간혹 눈에 띄지만 전체적인「톤」이 안정돼있어 호감이 갑니다.
김=신동집씨의『근작시초』는 가벼운「터치」로 쓴작품인데<고얀놈의 수작도 웃어 넘기는 해는 뜬다>와 같은 말솜씨가 퍽 재미 있더군요. 토속적인말씨로 서구의 현대시가 갖는·예각적「터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읍니다.
박=몇몇 작품을 가지고 이야기했읍니다만 남의 작품을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는것은 참으로 어려운일 같아요. 시를 읽는 취향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요즘시를 읽으면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옛날 명시와 같은 고전생을 띤 작품이 없다는 점이에요.
김=시대 감각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봐야겠지요. 현대시란 감성을 획득하는 일과 함께 기법을 개척하는일이 중요할것 같아요. 기법을 개척하지 못할때 현대시는 관습학된 언어를 쓰게될 것이고 관습학된 언어로는 항상『새로운 차원을 개척해야 한다』는 현대시의 욕구가 충족될 수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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