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국교 추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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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얼맛동안 잠잠했던 이른바 「일류국민학교」가 다시금 주부들의 화젯 거리로 등장하고 있는것 같다. 정작 올해 취학아동을 가진 나로서도 안그런건 아니지만, 주위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면 의외로 「일류국민학교」에 대한 집착들이 대단하다.
공립학교가 멀기도하고, 한편 호기심도 없지않아 우리도 어느 사립학교에 원서를 냈었다.
정작 원서를 넣고 보니 6대1이란다. 이번엔 떨어질까봐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추점날 아이들의 몇배도 더 될 학부형들 틈에서 합격되기를 기원하는 마음, 하늘 같았다. 고사리같은 손으로 뽑은 제비가 신통하고 귀엽게도 추점에 걸리자 얼마나 기뻤던지. 기쁜 소식도 알릴겸, 친척 어른댁 막내 아이는 어찌되었는가 싶어 찾아가 뵈었더니 그집 아이는 사립국민학교 추첨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부모들이 낙망하는 것을 보던 철없는 꼬마놈이『나 다른 국민학교는 안가! 1년 재수해서 내년에 또 추첨해 볼테야』하고 말하는 바람에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한다.
내 아이가 걸린 기쁨도 잠시, 취학때부터 추점일망정 합격되지 못한 술한 다른 꼬마들을 생각하니 좀 우울한 마음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이런 비약적인 꼬마들의 언행은 부모의 허영심에서 생겼다고 일축할 것인가, 교육열인가, 아니면 시대 탓인가. 이런 풍속은 무엇인가 잘못된데가 있는것 같다.
김양순 <경북칠곡군지천면신동산15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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