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에 진 젊은이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일을 시작할 때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느냐를 늘 생각하라.「윔퍼」의 말이다.
그는 1865년에「마터호른」의 정복에 성공하여「알프스」등산사상 가장 유명한 초 등정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인솔한 등반대가 하산할 때 대원중의 4명이 「마터호른」의 북벽에서 추락하여 비명에 죽었다.
「윔퍼」는 이 때의 사고를 기록한『「알프스」등정기』의 마지막을 위와 같이 맺었다.
산은 언제나 사람을 부르고 있다. 산은 또 언제나 사고를 부르고 있다. 높은 산은 한 때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해발 1천m가 넘으면 산은 일종의 마력을 갖는가 보다. 잔잔한 날씨에도 돌풍이 있고, 초속20m가 넘는 강풍이 어디선가 불어온다.
쌓인 눈은 또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얼음같이 단단하게 보이다가도 산울림 하나에 갈라지고 나락으로 떨어져 나간다.
그래서 「말로리」·「아빙」과 같은 세계적인「알피니스트」도 비명에 갔다.
이래서 세계적으로 해마다 9백여명의「알피니스트」들이 조난사고로 죽는다.
그러나 같은 지점에서 똑 같은 사고를 맞는 일은 거의 없다. 「결과가 어떻게 되겠는가를 늘 생각하는」조심스러움과 과학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해발1천3백m의 설악산 공룡 능선에서「에베레스트」도전을 앞두고 훈련 중이던 우리젊은이들 3명이 비명에 목숨을 잃었다.
비슷한 곳에서 지난69년 2월14일 10명이 희생된 적이 있다. 훈련의 목적도 같았다. 사고의 모습도 같았다.
당연히 피할 수 없는 사고였을까 하는 의문이 나온다. 지난번처럼 이번에도 모두가 10년이 넘는 등산경력을 가진 「베테랑」들 이었다고 한다.
그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는 아니었을 것이다. 같은 곳·같은 눈·같은 시기에 라면 똑같은 일이 얼마든지 또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미리 경계했다.
산에 홀렸을까? 「히말라야」의 정상에 이르는 길은 눈투성이다. 빙벽에도 눈을 타고 오르는 수밖에 없다. 다라서 아무리 마의 계곡이라 하더라도 훈련을 위해서는 이 곳 밖에는 없다고 한다.
지난번에는 잠자던 중에 변을 당했었다. 이번에는 좀 달랐다. 갑자기 나빠진 기상과 눈 처마가 3m나 처진 것을 발견한 훈련대장은 28명의 대원을 이끌고 하산 길에 올랐다.
만약에 그렇지 않았다면 희생자는 더욱 늘어났을 것이 틀림없다. 이것만이 천만다행했다고 할까.
그래도 『내년에는 기필코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겠다』고 살아남은 대장이 말했다고 한다. 「알피니스트」다운 집념이다. 그러나 집념만으로 「에베레스트」가 정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