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마르크|삼성문화문고(75) 「W·몸젠」저·이태영 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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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본서는 독일「로볼트」문고판 『비스마르크』를 역출해 낸 것이다. 독일통일이후 백년이 지난 오늘날 「비스마르크」의 공과에 대한 역사적 판단은 쉽사리 내려지지 않는다.
「프로이센」-독일제국권력체계의 상좌에서 통일을 이룩한 「비스마르크」에 대한 해석은 거의 사학사적 안목을 필요로 한 지경에 이르렀다.
독일사를 전공한 역자(전 동국대 교수)가 펴낸 이 책은 우리나라에 있어서 독일사의 절정을 이룬 통일과정과 그 인물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W·몸젠」은 유명한 역사가 「테오도르·몸젠」의 가계를 이어 이미 제2제국 및 독일정당사에 대한 깊은 섭렵을 보여준 학자로 알려져 있다.
본서는 일반독자의 구미에 맞게 전기형식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비스마르크」를 역사적 상황과 구조 속에서 관련지으면서 파악했다는 점에서 훌륭한 역사서술이기도 하다. 「독일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숙명적 체념을 극복하고 의지의 정치인으로 「비스마르크」는 독일통일에 헌신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유럽」속에 독일이 놓여있던 상황 속에 이룩된 업적이었다. 개인과 상황의 해후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난 것이「비스마르크」의 역사성이라는 인상을 이 책은 깊게 제시한다.
「힘을 수단으로 만들어진 제국」을 국민대중과 연결시키려는 작업, 외정을 위해 희생된 내정, 그것이 곧 문화투쟁, 사회민주주의와의 대결, 또한 사회입법을 서두르게 된 배경 등이 선명하게 밝혀지고 있다. 이 글을 맺으면서 저자는 「비스마르크」와 독일통일이란 시대를 초월한 위대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보고있다.
따라서 역사에 있어서 개인의 활동이 어떤 것인가 하는 일반독자의 흥미에 이바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 교양을 위한 구실도 다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권말에 소개된 「비스마르크」에 관한 참고문헌은 「비스마르크」연구만이 아니라 독일사 연구의 길잡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민호(서양사·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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