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도 물리치고 찾아온 「혈육의 정」|감격과 흥분…재일 동포 모국 방문단 도착한 김포공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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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북괴와 조총련의 온갖 방해공작을 뿌리치고 혈육의 정을 찾아 모국에 온 조총련계 재일동포 구정 귀성단 1진이 도착한 김포공항은 감격과 흥분의 오열로 메아리졌다.
김포공항에는 이른 아침부터 그리던 모습을 보기 위해 부산.마산.포항등지에서 온 3백여명의 가족 친지들이 나와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했고 한적부녀 봉사대원 30여명은 꽃다발과 『조국의 참모습을 보아 주십시오』등의 「피킷」을 들고 따뜻한 음료수를 접대했다.
성묘단 제1진 2백4명가운데 최고령자인 조제술씨(76)는 지팡이와 백합 꽃다발을 들고 18년전에 별세한 모친 김귀순씨 유해를 가슴에 안고 돌아와 눈길을 끌었다.
조씨는 『내뼈는 조국에 묻어달라』는 모친의 유언에 따라 고향인 경남 함안군 산인면 내인리에 안장하겠다고 말했다.
경남 삼천포시 동금동 69의2 최경례씨(61)는 36년전에 징용으로 끌려간 남편 안유문씨(70)로부터 2일전인 22일 귀국소식이 담긴 편지를 처음받고 상오8시부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가 5시간만인 하오1시쯤 안씨가 나타나자 『하나밖에 없던 아들마저 죽고 혼자 외롭게 살았는데 환갑을 지나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 같이 기쁘다』고 쌓였던 그리움과 반가움에 울먹였다.
최씨는 남편이 자산의 얼굴을 기억할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안씨의 이름과 주소가 쓰인 팻말을 만들어 오기로했다.
김귀례씨(51.부산시 부산진구 덕포동 8통6반)는 대판부계건칠도아정에 있는 위사촌동생 김덕율씨(36)로부터 18일 국제전화를 받고 나왔다며 해방되던해 떨어진 혈육을 다시 찾게되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고개를 떨구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동생에게 『좀더 일지 조국의 품에 돌아오지 않고 뭘했느냐』며 나무라기도 했다.
이들은 연도에 나온 많은 시민들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김포공항에서 강변도로~합당동`반포「아파트」단지~장충단을 거쳐 숙소에 도착, 여장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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