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바깥쪽이 저릿저릿 … 컴퓨터 많이 쓰면 잘 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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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에도 디스크가 있나요?” 손목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진단 결과를 설명하면 대부분 이런 질문을 한다.

회사원 김모(35)씨도 같은 질환을 겪었다. 그는 업무상 컴퓨터를 많이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손목이 힘을 줄 수 없을 정도로 늘 불편하다. 그러다가 최근 살짝 넘어지면서 손으로 땅을 짚은 뒤 통증으로 이어졌다. 김씨는 병을 따거나 자동차 키를 돌리는 행위조차 힘들어졌다. 동네 병원에서 손목염좌란 진단을 받고 물리치료와 깁스로 고정했다. 하지만 증상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정형외과병원을 찾아 MRI 등 정밀검진을 받았다. 원인 부위는 손목의 디스크인 삼각섬유연골이었다. 이 부위가 찢어지면서 기능을 잃자 손목충돌증후군이 발생한 것이다.

손목관절 디스크란 새끼손가락쪽 손목의 푹 파인 부위에 존재하는 구조물이다. 손목을 좌우로 틀 때 충격을 완화해 주는 기능을 한다. 3개의 인대로 구성돼 삼각섬유연골이라고 한다.

손목디스크 손상은 손목을 편 채 심하게 부딪치거나 드릴 같은 작업을 많이 할 때 나타난다. 컴퓨터 자판을 많이 두드리는 사람도 요주의 대상이다. 손목 골절경험이 있는 사람, 또 선천적으로 손목 뼈의 길이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서도 발생 빈도가 높다.

보통 통증은 손목 바깥쪽을 따라 생긴다. 느낌은 넓고 둔하며, 통증이 팔목 전체로 퍼져 어느 쪽에서 통증이 나타나는지 애매한 호소를 하기도 한다. 팔을 돌리거나 손목을 바깥쪽으로 틀 때 통증이 더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때론 손목이 붓거나 소리가 나기도 한다.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팔목 바깥쪽으로 손목을 틀거나 세게 돌리 때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손으로 누를 때도 통증이 크게 온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부목으로 손목을 고정하고, 소염진통제 등 보존적 치료를 한다. 하지만 증상이 나타났다면 뼈가 많이 어긋난 상태인 경우가 많아 수술이 효과적이다.

수술은 비교적 간단하다. 초소형 미세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길어진 척골을 깎아주거나 손상된 삼각섬유연골을 봉합한다. 수술시간은 30분 정도다. 수술 부위가 작아 출혈이나 감염 위험이 별로 없다. 수술 후 통증도 그다지 심하지 않고, 팔 부분만 마취를 하므로 수술 당일 퇴원할 수 있다.

초소형 미세관절내시경은 기존의 관절내시경보다 카메라 렌즈 사이즈가 2분의 1 수준(2.5㎜)의 주삿바늘 모양이다. 개발된 지가 오래되지 않아 이 장비를 갖춘 병원이 많지 않다. 관절내시경은 진단·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반드시 관절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므로 미세관절내시경 장비와 숙련된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찾는 것이 좋은 수술 결과를 위해 중요하다.

조재현 정형외과 전문의·제일정형외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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