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 강남·강서 최악 … 노원 청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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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달 25일 오전 미세먼지가 잔뜩 낀 서울 마포대교 위를 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이날은 전국이 중국에서 온 미세먼지에 뒤덮였다. [중앙포토]▷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초미세먼지가 제일 적은 곳은 노원구와 강북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초미세먼지가 제일 극성을 부린 곳은 강남·강서·관악구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 1~2월 서울시가 내린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세부 내용을 본지가 분석한 결과다. 초미세먼지는 크기 2.5㎛ 이하인 아주 작은 먼지로 중금속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데다 허파꽈리까지 파고 들어가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서울시는 올 1월과 2월 중 모두 8차례 초미세먼지 사전주의보·주의보를 내렸다. 사전주의보는 서울 전체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60㎍/㎥ 이상인 상태가 2시간 이상 이어질 때, 주의보는 85㎍/㎥ 이상일 때 발령한다. 주의보가 내려졌다고 해서 서울의 모든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가 85㎍/㎥를 넘는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곳은 넘고, 어떤 곳은 이보다 적다.

 본지는 사전주의보나 주의보가 내려진 순간 초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를 넘는 곳을 찾아냈다. 그랬더니 강서·강남·관악·동대문·영등포·중랑 6개구는 주의보가 떨어진 8번 모두 초미세먼지가 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구로·금천·도봉·은평구 4곳은 이 횟수가 7번이었다. 반대로 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서도 노원구는 단 1번, 강북구는 2번만 초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초미세먼지에 관한 한 노원구와 강북구는 청정지구였던 셈이다.

 전체적으로는 서고동저(西高東低) 양상을 보였다. 서쪽에 있는 강서(8회)·구로·금천·은평구(이상 7회)가 기준치를 웃돈 횟수가 많았다. 동쪽에 있는 노원(1회)·강동구(3회)는 초미세먼지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아주대 김순태(환경공학과) 교수는 “초미세먼지가 서쪽 중국에서 바람을 타고 온다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연평균으로 볼 때 서울 초미세먼지의 70% 정도가 중국에서 오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강남(8회)·서초(6회)구가 초미세먼지로 몸살을 앓는 이유는 교통량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자동차는 초미세·미세먼지를 내뿜는 주범이다. 강남구는 빌딩 때문에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아 초미세먼지가 괴어 있는 듯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랑·동대문구(이상 8회) 역시 교통량이 문제였다. 중랑구와 동대문구는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 신도시 같은 동부지역 신도시 주민들이 서울시내로 출퇴근하는 관문이다.

 지리적 요인도 있다. 산이 배후에 있어 공기 흐름을 막아 초미세먼지가 다른 데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경우다. 관악구(8회·관악산)와 도봉구(7회·도봉산)가 그렇다.

 ◆미세먼지는 농촌에서 극성=경기개발연구원은 최근 2012년 수도권 전역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미세먼지는 크기 10㎛ 이하로 초미세먼지보다 크고 독성이 약하지만 호흡기질환을 일으킨다. 경기개발연구원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서울보다 오히려 농촌지역에 더 많았다. 서울의 각 구는 연평균 농도가 40㎍/㎥ 안팎인 데 비해 동두천시는 63.5㎍/㎥, 양주시 61.5㎍/㎥, 이천시는 59.8㎍/㎥ 등이었다. 경기개발연구원 김동영 연구관은 “비포장도로에서 날리는 먼지나 나무를 땔 때 나오는 각종 물질 때문에 농촌지역에 오히려 미세먼지가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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