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의 EEC 경기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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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본지에 작보된바 EEC(구공시)연차보고서에 따르면 76년 초부터 EEC경제가 불황을 벗어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은 했으나 전체적으로 76년의 EEC 경기전망은 지극히 유동적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당초 75년 초부터 세계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낙관하던 예측은 이제 그 회복시점을 1년이나 연장시키고서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임을 EEC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오늘의 세계경제가 이처럼 회복의 결정적인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기본경제질서의 재확립을 위한 기초가 마련되지 않은 채 각국이 임기응변적인 이해관계의 조정에 급급하고 있는 모순 때문이라고 일단은 평가할 수 있다.
각국, 특히 세계경제의 큰 흐름을 지배하고 있는 주요선진국은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속에서 보호주의와 근린궁핍화정책을 통해서 자국경제의 온존만을 추구할 뿐 세계경제질서의 근본적인 재편성작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그 때문에 세계무역은 물론 「베이스」로 75년 중 5%나 축소되는 전후최초의 현상을 노정시키고 있는 것이며 그에 따라서 실질경제성장율은 정체 내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축소균형 과정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보편적인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각국의 재정금융확대정책은 불황 속에서도 강세를 유지해온 「인플레」경향 때문에 경기회복에 필요하고도 충분한 수준까지 집행하기가 어렵다. 즉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금융확대정책은 『리맨드·풀』을 촉발해서도 아니되거니와 임금상승·주요원자재가격 앙등으로 야기되는 「코스트·푸쉬」압력을 가중시켜서도 아니된다는 까다로운 제약에 묶여서 실효성 있게 집행키가 어려운 상황이다.
EEC이사회는 회원국간의 협조·노조의 협조, 그리고 가격 특히 독과품가격에 대한 정책개입을 통해서 재정·금융확대책의 효과를 제고시키되 그것이 「인플레」의 가속화로 연결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정책기조를 제시하고 있으나, 지난날의 경험으로 보아 그러한 정책기조가 현실적으로 집행가능한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만일 EEC의 76년도 경기전망이 불투명하다면 세계경제가 76년 중에 본질적으로 회복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은 매우 희미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미국은 이미 미국경제의 회복이 곧 세계경제의 회복을 뜻한다는 개념에서 이탈했음을 선언한 이상 미국경제의 회복에 다른 나라가 크게 의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위에 EEC의 경기전망이 유동적이라면 세계경제의 회복에 대한 기대는 더욱 멀어져 가는 것으로 일단 예상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무역의존도가 지극히 높은 우리로서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할 것인가 다시 한번 깊이 검토해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5년간 해마다 20억달러의 외자를 도입함으로써 고율성장기조를 시족한다는 대전제 위에서 모든 계획을 짜고있는 것이다.
그러한 대전제가 세계경제여건으로 보아 충족될 수 있는 가능성은 특별한 돌발사태가 야기되지 않는 한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만일 76년의 세계경제가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키는데 충분한 수준으로 회복될 확율이 낮아지고 있다면 우리는 투자·성장·국제수지 등 계획은 물론 재정·금융계획도 새로운 차원에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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