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 발전이론의 구축을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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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회변동과정에 대한 다각적 인식을 통해 우리사회의 발전적 좌표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지난 23, 24 양일간 「유네스코」한위주최(「아카데미·하우스」에서) 『한국사회과학연구발전「세미나」』가 열렸다. 정치·경제학 등 사회과학 제분야의 관계학자 40여명이 참석, 분야별 주제발표·분과토의 등이 진행된 이 「세미나」에서는 사회과학 연구의 발전을 위한 협동연구기구의 창설문제 등이 전체토의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한국정치와 정치발전의 조망』을 주제로 발표한 한배호 교수(고대·정치학)는 해방 후 지금까지 정치학계의 현실은 한국정치체제전체를 체계적으로 설명해 주는 이론을 갖지 못하고있는 실정이라고 말하고 현존하는 설명「모델」이나 시각은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 논리적 설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정치현상을 설명하려는 몇몇 시도들 중 법률·제도적 접근으로 정부 등 통치기구의 연구에 치중(박문옥 교수의 경우) 하거나 정치「엘리트」의 태도나 「퍼스낼리티」를 중심(이영빈 교수의 경우)으로 각 정권시기에 나타난 특징들을 개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었을 뿐 한국정치의 본질과 전반적인 현상에 대한 만족할 만큼의 체계적 이론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우리사회가 겪은 정치변화의 성격에 언급, 한 교수는 『연속적이기보다는 오히려 돌변적인 특성을 지니고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정치발전, 혹은 정치적 근대화과정은 단선적인 진화가 아닌 전통성과 근대성의 변증법적 변천을 기조로 한 동태적 변질과정으로 나타나고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의 변화와 경제학의 도전을 주제로 발표한 임종철 교수(서울대· 국제경제학)는 해방 30년 동안 우리 경제의 변화에 언급, 산업별 부가가치구성으로 본 산업구조적 측면에서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고 말했다.
즉 농림업부문의 비중이 줄어든 것과 관련, 공업부문의 성장으로 53∼55년 사이에 평균 6·4대1이던 소비재산업과 자본재산업 사이의 부가가치비율이 60∼62년 3·9대1로 변했고 72∼74년에 와서는 2·3대1로 될 정도로 공업부문의 비중이 급속하게 팽창했다.
이밖에 시장조직·분배구조·경제적 자주성·성장속도 등 포괄적 측면에서 해방 후 지금까지의 경제변화를 지적했다.
경제체제의 변화에 대해 임 교수는 해방 후 지배적인 분위기는 이식된 민주주의의 순탄한 발전을 위한 경제적 기반으로서 미국식 자유기업원리의 확립이 중요시되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5·16이후 62년부터 우리경제는 민간인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자유기업원리를 토대로 하되 기간부문 및 그 밖의 중요부문에 대해 정부가 직접 관여하거나 간접적으로 유도정책을 쓰는 「지도 받는 자본주의제」, 즉 정부주도에 의한 계획적 개발이란 새로운 경제체제를 채택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경제이론과 정책사이의 상호관련성을 고찰하며 임 교수는 50년대 우리 나라 경제정책은 당시 국내의 경제학연구와는 거의 무관한 것이었고 정책수립에 대한 이론적 지원이 있었다면 원조기관에 와있던 외국인전문가의 그것이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자유로운 시장경제확립을 기도한 이승만정권의 기본철학과 관련, 경제이론의 도움을 본질적으로 크게 필요로 하지 않았고 ▲경제이론이 난립, 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만한 주류가 없었으며 ▲당시의 재정·금융 등이 전쟁 등 특수상황에 처해있었고 ▲경제학연구수준이 당시의 복잡한 경제문제를 해결할 만큼 높지 못했다는 4가지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5·16 이후에는 사정이 달라져 그동안 3차례에 걸친 경제개발계획의 수립과정뿐 아니라 경제행정 일선에까지 각 분야의 경제학자 및 전문가의 참여가 있었다고 말했다.
현실적 영향력은 어떻든 평가교수단을 중심한 「브레인·트러스트」가 현존하는 것은 경제정책수립에 대한 「아카데미즘」의 깊은 참여라고 평가했다.

<사회과학 연구회 창립준비위 구성>
「유네스코」한위 주최 사회과학연구발전「세미나」에 참석한 40여명의 국내학자들은 24일 하오 이틀동안 열린 「세미나」의 결과를 종합, 전체회의를 열고 앞으로 사회과학연구합동체의 구성을 위한 창립준비위원회(준비위원 이만갑·고병익·박동서·전해종·임희섭·임종철·한배호)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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