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괴 접촉 주저」 서툰 줄타기…일 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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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해 미국과 북괴의 직접 접촉을 일본측이 제안했다는 보도가 일본 국내에서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일본 외무성 측에서는 미·북괴 접촉 제안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나 미국 측이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어떤 태도인지는 밝히지를 않고 있다.
당초 이 문제에 관해 첫 보도가 나온 것은 지난 13일이었다.
「유엔」 외교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였으나 그후 일본 외무성 소식통들도 일본측의 제안 사실을 인정했고 지금은 『미·북괴 접촉에 대한 노력이 금후 일본 외교에 있어서 하나의 축이 될 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일본의 미·북괴 접촉 첫 제안은 지난 9월 「유엔」 총회에 참석했던 「미야자와」 (궁택) 외상이 「키신저」 미 국무장관을 만나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일본 외무성은 「유엔」 주재 일본 대표부에 보낸 훈령을 통해 「유엔」 주재 미 대표들과 북괴 대표들이 접촉하도록 알선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제안이나 알선의 의미에 대해 일본의 외교 전문가들이나 언론들이 견해가 조금씩 다르나 대체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일본이 표면에 내세운 한반도의 긴장 완화라는 대의 외에 또 다른 일본의 진의는 없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한반도 문제에 관한 어떤 협의에도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북괴와는 직접 대화를 기피해 왔지만 현재 일본 정부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기본적 태도가 미국과는 달라져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즉 매년 「유엔」에서 반복되는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동서 대립에 종지부를 찍고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미·북괴간에 직접 대화의 필요성이 있다고 일본측은 보고 있다.
이와 같은 입장은 한국과 미국의 입장보다는 일본 외교의 필요성에 초점을 맞춘 일본 위주의 발상이 강조되어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의 태도인데 아직까지 미국 정부는 일본의 이 같은 제안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키신저」 미 국무장관이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작은 회담에서 큰 회담으로 2단계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에서 국제 회의를 제창한 점을 들어서 미국 측도 일본의 제안에 찬성할 것이라고 일본 내 여론은 낙관을 표시하고 있다.
문제는 「미끼」 내각이 이 같은 제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최근 단계에서는 한국 측에 사전 연락을 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 (15일자 동경 신문)가 있기는 하지만 일본이 한국의 입장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지는 이 단계에서는 불확실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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