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경기-미·일의 회복 추세 국제적 파급 효과 기대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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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 경제가 언제 어떤 속도로 회복될 것이냐에 대한 전망은 아직도 불투명하지만 최근 미국과 일본경제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그것이 일반적인 회복으로 「링크」될 수 있느냐가 이 시점에서 가장 큰 관심사라 하겠으나 지금까지의 제지 표로 보아 73년말부터 심화되기 시작한 세계 경제의 불황이 동시적인 것이었던데 반해서 앞으로의 회복은 거꾸로 국제적인 것이 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EEC제국이 미국과 일본의 경기 회복책에 편승해서 자국의 경기를 회복시키려 하고 있는데 반해서 미·일은 자국의 회복이 국제수지 적자로 「링크」될 것을 국력 경계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포드」 미국 대통령의 IMF발언이다. 『각국은 경기회복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을 쳐야 한다』고 분명히 선언함으로써 미국은 국내 경기회복이 타국의 경기를 자극하여 국제수지 적자로 발전되는 것을 막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수입억제 정책은 호혜적으로 풀지 않으면 완화될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EEC 제국이 국내 조치로 경기를 대담하게 회복시킬 결의가 되어 있느냐에 따라서 세계 경기나 국제 무역의 일반적인 회복 및 확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이나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영국 등의 국제수지 동향으로 보아 대담한 경기 회복책을 선택할 공산은 적은 것 같다.
세계 경제 동향을 이같이 평가한다면 국제 경제의 회복이 동시적 일반적인 것이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할 뿐 아니라 경기 회복과 국제 무역 규모의 비례적 성장관계도 크게 기대할 것은 못 된다고 일단 가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한 가정 아래 국내 경제 동향과 앞으로의 경기 대책을 고려하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야만 오산에 따를 낭비를 회피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8월중의 수출이 5억「달러」를 넘어섰으나 신용상 내도액은 거꾸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에서 세계 경제의 냉혹성을 엿볼 수 있다. 우리의 수출 「드라이브」정책이 미국·EEC·일본 등지에서 수입 제한 조치에 부닥치는 현상이 최근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사실은 세계 경제의 회복과 우리의 수출이 반드시 비례 관계에 있는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여기서 「포드」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상징하는 『경기회복의 국제적 파급 효과를 단절시키겠다』는 자세를 크게 참고해야 할 이유가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대외 의존도가 80% 수준에 이르는 우리로서 뚫고 나갈 여백이 줄어드는 애로를 어떻게 넓혀 나갈 수 있느냐에 우리의 경기 전망은 좌우된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의 수출 주요 대상국인 미국과 일본의 물가정세가 현저히 안정화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물가는 여전히 강세에 있음으로써 우리의 수출 경쟁력이 보이지 않게 약화되는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이냐가 국제 경제 동향 못지 않게 수출 문제에서도 중요하다. 국제 경제 환경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물가가 남보다 안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그러한 조건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재정수지가 근자 계속 흑자를 유지함으로써 상반기 중의 대폭적인 적자가 크게 축소되고 있는 것이며 건축 활동이 6월에 이어서 7월에도 대폭적으로 위축되고 있어 안정화의 요소는 큼에도 불구하고 물가압력이 아직도 크다는 사실은 정책적으로 중시되어야할 대목인 동시에 업계의 자제가 촉구되어야할 요소다.
불황 중에도 이윤율은 고수해야 한다는 사경제적 입장이 견지된다면 경쟁력 강화로 어려워지고 있는 대외 여건을 극복해야한다는 과제를 풀어 나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끝으로 민간기업의 투자 의욕이 냉각된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대처하느냐가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즉 수입이 증가하지 않으면 축소 균형을 선택하는 것이 옳으냐 아니면 수입을 크게 유발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나마 내수 환기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것이며 또 해야하는가를 내외여건에 비추어 보아서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국내 경기를 정책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정책의 역할은 그 기준을 얻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끝으로 민간기업이 사태를 단순히 관망은 하되 제품가격 인상은 불사하는 한편 경기 대책은 수출 회복을 기다리는 기대 상태를 지속하는 한 국내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을 시간만이 해결해주게 될 것이다. 【이규동<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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