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한·미 안보협의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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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년도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제8차)는 시기적으로 예년과는 또 다른 특별한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인도차이나」공산화이후 북괴의 남침위협에 대한 한·미간의 평가는 최근 어느 때 보다도 일치점에 접근하고 있다.
「포드」대통령, 「슐레진저」국방장관 등 미국정부지도자들의 잇따른 대한방위공약의 강조는 이러한 판단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슐레진저」장관은 북괴의 공격 시 전술핵무기 선제 사용가능성에 이르는 강력한 대한방위 입장을 천명했다.
『힘을 배경으로 한 긴장완화』를 주장해온 「슐레진저」장관은 미국 행정부 안에서 「힘의 입장」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인도차이나」사태 이후 젓 외국방문지로 한국을 택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것은 미국이 한반도를 「인도차이나」이후 미국방위조약의 가장 위험한 시험장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뜻한다. 「슐레진저」장관의 제계 전략 개념은 동북아를 서구와 함께 미국의 2대 방위선으로 삼고 있다. 동북아에 있어 한국은 일선방위거점이며 「오끼나와」·「필리핀」·「괌」은 후방전략 거점이 된다.
미국의 지역방위개념은 미국의 군사력과 지역당사국의 군사력을 합친 종합 전력화 개념이다. 종합전력의 강화를 위해서는 동맹국의 군사력과 방위 분임이 증대되어야 한다는 게 「슐레진저」의 구상이다.
이러한 「슐레진저」의 전략은 한국정부의 입장과도 거의 궤도를 같이한다.
북괴의 남침위협에 대처하는 우리의 초미의 과제는 한·미 공동방위체제의 강화와 자주방위력의 조속한 확보다.
전쟁 억지력의 확보와 유사시 미군의 즉각 개입을 요체로 하는 한·미 공동방위체제에 대해 미국의 공약을 의심할 여지는 없는 것 같다. 더욱 이번 안보회의를 기해서 미국정부는 다시 한번 확고한 대한방위의지를 다짐할 것이다.
문제는 자주방위를 위한 한국군현대화계획에 얼마나 미국이 지원태세를 갖추느냐에 있다. 사실 그것이 이번 안보회의에 대한 우리의 제일 큰 관심사인 것이다.
미국은 국군장비현대화계획의 목표연도인 금년전반기까지 목표액 15억「달러」의 69%인 10억3친3백39만「달러」밖에 집행하지 못했다.
그나마 그 동안의「달러」가치하락을 감안하면 실물 지원량은 더욱 떨어진다. 남은 현대화계획의 조속한 완결이 시급하다. 이에 못지 않게 한국의 자주방위력확보를 위한 새로운 현대화계획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지원과 참여가 요청된다.
이 경우 미국은 막대한 규모의 방위세법을 제정한 한국의 방위부담 증대조치를 높이 평가해야할 것이다. 이는 미국의 당사국 방위책임증대정책과 부합되는 조치다.
남북한전력 대비상 시급한 과제는 우리의 공군력 증강과 방위산업 육성일 것이다. 외신에 의하면 북괴는 「미그」23과 21 등 고성능 전투기를 포함해 9백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78년까지는 「미그」기 등을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구축함과 잠수함을 비롯한 함정, 그리고 「탱크」및 장갑차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도 수년 내 방위산업면에서 괄목할 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아직 북괴의 민족 파멸적 무력남침야욕을 저지할 절대적 힘의 우위확보에는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공산국가, 더욱이 북괴 같은 교조적 공산집단을 상대로 하는 긴장완화와 평화의 추구는 「슐레진저」장관의 지론대로 힘을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회의가 한국의 자주방위의지에 대한 미국의 정당한 평가와 상응한 지원을 실현하는 기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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